난민 문제로 갈등 겪는 세계에 감동과 도전 안겨줘
20년 만에 다시 월드컵 우승국이 된 프랑스는 지난주 내내 축제 분위기였다. 1000명의 아동을 초청한 프랑스 대표팀 환영 행사가 엘리제 궁에서 열렸으며, 프랑스 하원은 선수단과 프랑스 우승에 보내는 기립 박수로 대정부 질의를 시작했다. 프랑스 하원의 기립 박수는 유럽 창시자 중의 한 명인 헬무트 슈미트가 2015년 서거했을 때나 하던 최고의 오마주다.
프랑스 대표팀 선수들은 ‘국민적 영웅’으로 열광적인 환영을 받으며 개선했다. 이들의 귀국을 환영하기 위해 세계 최고의 번화가인 샹젤리제에 운집한 군중은 파리 해방 다음 날인 1944년 8월 26일 개선문을 통해 입성하던 프랑스 제 2 기갑 사단을 맞이하던 인파를 방불케 했다.
프랑스 대표팀의 우승은 지난 수년간 연이은 테러로 ‘반(反)이민’ 정서가 확산하던 프랑스 사회에 새로운 사회 통합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이번 우승의 일등공신들은 1998년 프랑스 주최 월드컵 때와 마찬가지로 이민자의 후손들이기 때문이다.
‘레블뢰(Les Bleus·파란색이란 뜻으로 프랑스팀의 별칭)’라 불리는 프랑스 대표팀 23명 중 21명은 이민자 출신이다. 그중 15명은 아프리카계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블랙·블랑·뵈르(black·blanc·beur, 흑인·백인·마그레브인)’다. 또 이들의 승리를 가능케 한 것은 그 자신도 소수민족인 바스크 출신의 대표팀 감독 디디에 데샹을 중심으로 한 모든 팀원의 단합이었다.
프랑스는 다인종 국가로 흑인 인구는 330만~550만 명(전체 인구의 5~8%)으로 추정된다. 한편 대부분이 마그레브(아랍계 북아프리카) 출신인 프랑스의 이슬람 신자 인구는 500만~600만 명으로 추산된다. 프랑스에서는 미국과 달리 인종과 종교에 대한 통계 수집이 금지되어 있어 이 수치는 추정치이다.
1960~70년대 프랑스에는 과거 식민지였던 아프리카와 마그레브 지역에서 노동 이민자가 대거 유입되었다. 그 때문에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이슬람 신자를 가진 다민족 국가가 되었다. 이는 작게는 히잡 착용 금지를 둘러싼 문화적 충돌부터 크게는 프랑스 국적자의 IS테러 가담 등 사회적 갈등의 요인이 되면서 반이민 정서가 확산했다. 또 이런 반이민 정서를 이용해 세를 키운 극우 정당도 있다. 이 정당은 두 차례나 대선 결선 후보를 배출했다.
그러나 이번 프랑스 대표팀의 우승은 평소 프랑스 사회에서 비주류로 홀대받고 있는 아프리카와 마그레브 출신들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는 계기가 되었다. 스포츠가 연성 국력(soft power)의 일익을 담당하는 오늘날 프랑스를 빛낸 이들 선수가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를 열창하는 모습은 예술가를 포함해 외국 출신 인재를 영입하는 오랜 전통을 가진 프랑스 사회에 새로운 프랑스인상을 제시했다.
한편 이번 다인종 프랑스 축구팀의 성공 사례는 프랑스뿐 아니라 이민자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모든 나라에 강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넬슨 만델라 탄생 100주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주 요하네스버그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은 헌정사에서 프랑스 축구팀의 예를 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겨냥한 듯 “다양성을 수용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능력과 기술을 동원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혜택을 가져온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