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치료제 등 R&D 성과 가시화… 신약 상업화 성공 어려워 기대감 약화 의견도
상반기 제약·바이오주들은 널뛰기를 반복했다. 1분기 회사명에 ‘바이오’만 붙어도 급등하더니 연이은 악재에 상승분을 반납하고 더 아래로 떨어졌다. 최근 테마 감리와 개별종목 이슈로 제약·바이오 섹터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하반기에는 주가 향방에 대한 관심이 높다. 높아진 불확실성은 2분기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완화할 전망이다.
줄기세포, 면역세포, 유전자 치료제 등의 연구개발(R&D) 성과가 가시화하고, 추가적인 밸류에이션 부여가 가능한 종목들은 상승 여력이 있어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업종 특성상 시장에서 신약이 성공하는 사례는 매우 제한적이라 연말까지 큰 폭의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1일 “국내 기업들 중에서 제약 바이오 업체들의 성장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며 “상당히 오랜 기간 고급 인력들이 많이 진출했고, 인구 고령화에 신규 기술이 접목될 최첨단 분야이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또 “신약 개발도 있지만 특히 경쟁력을 보이는 게 바이오시밀러나 제네릭”이라며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출 능력도 있는 만큼 적합한 산업”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신약 개발은 리스크가 큰 만큼 개별종목을 잘 모르면 펀드 등으로 간접 투자하는 게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낫다”고 조언했다.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게 아닌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전문가들도 상당수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달 12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이슈는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R&D 자산화 비율이 높은 회사들에 대한 회계감리 이슈가 잔존한 상황”이라며 “23일 네이처셀의 자회사들이 그동안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을 받았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이날 제약바이오 섹터 대부분 종목이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선 연구원은 “개인 비중이 높은 제약바이오 섹터의 특성상 네이처셀이나 신라젠과 같은 종목들의 이슈는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중장기적인 기대감보다는 당장의 2분기 어닝쇼크 및 R&D 모멘텀 부재라는 리스크만 더 크게 인식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2분기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은 실적 발표와 동시에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더불어 R&D 자산화 이슈도 자산화 비율이 높은 기업들에 대한 개별이슈로 접근한다면 실제로 섹터 전반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고 파악했다.
긍정적인 관측 못지않게 보수적인 시각도 팽팽히 맞선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1분기 바이오주식들이 강세였던 건 성장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며 “하반기에 임상을 한다는 기업들이 많은데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면 반등이 가능하지만, 성과를 담보하지 못하면 어렵다”고 언급했다.
양 센터장은 “신약 후보물질 1만 개가 있으면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약 100개로, 1% 확률이란 얘기”라면서 “최종적으로 임상 3상까지 가는 건 0.1%로 압축되는데, 이 중에서도 상업화에 실패하는 경우가 절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1999년 이후 현재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신약을 허가받은 건 29개 품목”이라며 “이 중 임상 3상을 통과해 상품화에 성공한 게 5개로, 품목당 매출액이 약 100억 원으로 수천억 원대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은 곳은 엘지생명과학(현 엘지화학)과 동아에스티 두 곳인데, 엘지는 상업화에 실패했고 동아도 매출이 미미하다”면서 “우후죽순으로 주가가 뜰 때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기대감으로 움직였는데 몇 개월 만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거품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제약·바이오 업종은 산업, 개별기업 불확실성에 누적된 피로감이 급락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한다”며 “지속되는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회계 감리 이슈, 코스닥 대형주의 임상실험 실패 소식, 예상치 못했던 중국의 가짜 백신 뉴스 등이 가뜩이나 불안한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고,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을 가중하면서 투매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성장에 대한 기대와 실적에 대한 신뢰가 크게 약화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높은 밸류에이션 레벨이 부담스럽다”면서 “단기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 나올 수 있겠지만, 반등 폭이나 강도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코스닥 시가총액의 28%를 차지하고 있는 제약·바이오 업종의 분위기 반전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바이오 기업들의 회계감리가 진행 중이고, 8월 중순까지 2분기 실적 확인심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