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2021년 새 회계기준(IFRS17)과 신 지급여력제도(킥스) 시행을 앞두고 자본확충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기업공개(IPO), 신종자본증권 발행, 계열사 매각 등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IFRS17과 킥스 도입에 앞서 추가적인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보고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상장,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정도였다”며 “구체적으로 사안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교보생명이 이처럼 자본확충 논의건을 이사회에 올린 이유는 IFRS17이 도입되면 현행 원가평가가 시가평가로 바뀌어 저축성보험이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같은 상황이라도 부채가 급증해 재무건전성이 악화하게 된다. 특히 저축성보험을 주력으로 팔아왔던 생명보험사들에게는 ‘발등에 불’이다.
교보생명은 이미 IFRS17에 대비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지난해 보험업계 최초로 해외에서 5억 달러(약 56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또 12월에는 만기보유금융자산을 매도가능금융자산 계정으로 재분류하며 약 1조 원 규모의 채권평가이익을 반영했다. 이에 작년 2분기 241.66%였던 교보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은 6개월 만에 295.97%까지 상승했다.
3월 말 현재 교보생명의 RBC비율은 277.62%로 다소 떨어졌다. 여전히 전체 보험사 평균 249.9%보다 30%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준이지만, 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이 5조 원 이상의 자본을 추가로 확보해야한다고 보고 있다.
만약 교보생명이 IPO를 통해 상장에 성공한다면 2012년 지분을 매각한 지 7년 만에 상장을 하게 된다. 2012년 교보생명은 지분 24%를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IMM PE, 베어링PE,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에 팔면서 2015년 9월까지 상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자본확충 규모나 방식을 확정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3여 년 째 미루고 있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의 경우 얼마 전 추진했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잠정 연기한 만큼 국내 발행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교보생명은 10억 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검토하다 최근 잠정 연기했다. 금리 상승으로 조달 비용이 치솟은 탓이다.
교보생명이 계열사로 두고 있는 교보증권 매각 가능성도 나온다. 교보생명은 교보생명의 지분 51.63%를 보유하고 있다.
교보증권은 “대주주인 교보생명은 지분 지속보유, 합작회사 추진 또는 지분 매각 등을 통상적 수준에서 검토 중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