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트에 삼복더위와 개를 함께 쳐보라. ‘사람보다 땀구멍이 적어 더위를 더 타는 개의 피서방법’, ‘삼복더위 넘기기 위한 개 보양제’, 차가운 대리석 방석 등 피서도구 목록이 줄줄이 뜬다. ‘복날 개 신세’는 이제 역사 속의 고어(古語)로 사라지고, 오뉴월 상팔자를 능가하는 새로운 클리셰로 등극할 것 같은 예감이다.
흔히 삼복더위의 복(伏)에 개 견(犬) 자가 들어간 이유를 ‘사람이 개고기를 먹는 것’과 관련해 해석하지만 잘못된 설이다. 복(伏)은 사람 옆에서 엎드려 지키는 개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개는 항상 엎드린 상태로 집을 지키고 낯선 이가 오면 반쯤 엎드린 상태로 노려보며 짖거나 문다는 데서 ‘엎드리다’라는 뜻이 유래했다.
삼복더위는 가을의 금(金) 기운이 여름의 더위 화(火) 기운을 밀어내려다가 기세에 눌려 납작 엎드리는 것이다. 기회를 보아 여름 기운에 대항해 보지만 이기지 못하고 엎드리기를 세 차례나 한다는 데서 삼복의 명칭이 비롯됐다.
말이 나온 김에 개의 식용 변천 역사를 살펴보자. 개를 식용했음을 보여주는 한자는 바칠 헌(獻)과 싫어할 염(厭)이다. 헌(獻)은 제사에 바칠 개고기를 솥에 삶는 모습이다. 염(厭)은 개고기(犬+月)를 기슭()에 저장해두고 물리도록 먹으니 싫증 난다는 데서 유래한 글자다. 개고기는 고급 음식에서 서민 음식, 그리고 야만적 몬도가네 음식으로 퇴락을 거듭했다.
중국 문화사학자인 일본 고쿠가쿠인(國學院)대학 장징(張競) 교수의 저서 ‘공자의 식탁’에 의하면 개 식용의 역사는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황하강 주변 앙소(仰韶) 문화유적 등지에서 개뼈가 무더기로 발굴되는 것이 그 증거다. ‘예기’에 ‘천자는 구나(驅儺) 의식을 거행하여 더운 기운을 물리치고 서늘한 가을 기운을 통달하게 하며, 개고기와 함께 삼씨를 시식하되 종묘에 올린다’는 구절이 등장한다.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론 변변치 않음을 뜻하는 사자성어 ‘양두구육(羊頭狗肉)’을 보면 개고기가 군주의 제례용에서 점차 양고기보다 몇 등급 낮은 변변치 않은 3류 재료의 대명사로 쓰임을 볼 수 있다. ‘초한지’에 나오는 고사성어 ‘토사구팽(兎死狗烹, 토끼를 사냥하고 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도 개고기 식용의 흔적이다. 한고조 유방 밑에서 용감무쌍을 자랑한 명장 번쾌는 개 백정 출신이었다.
장징 교수의 분석에 의하면 개 식용에 대한 거부감이 본격화한 것은 북방 수렵민족이 중원의 주도권을 잡으면서부터다. 요나라, 금나라 때부터는 개 식용은 제도권에서 자취를 감췄다. 유목민족은 늑대 토템이 있어 친척 관계인 개를 먹을 수 없었다. 식용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명견(名犬)에 작위를 내리고 개 끈 하나에도 사치를 부리는가 하면 개 사육을 위한 별도 병사까지 붙일 정도였다. 우리나라에서 개 식용 문화를 오래 유지한 것은 농경문화의 영향인 것도 같다. 개고기 식문화는 문화 선진화라기보다 생업, 기후와 관련해 달라져왔음을 볼 수 있다.
무술년 개의 해인 올해, 가마솥 더위가 찜통을 방불케 한다. 8월 5일 기준 온열질환으로 숨진 사람이 38명, 온열 질환자는 3095명으로 집계됐다. 개를 위한 보양제, 애견용 수영장, 개캉스 등 최근의 신(新)세태를 접하며 맹자의 한 구절이 연상된다. “개, 돼지가 사람 먹을 것을 먹어도 단속할 줄을 모르고 (중략) 사람이 죽어나가도 ‘내가 그런 것이 아니다. 세태가 그런 것이다’라고 한다면 어떻겠습니까?” 일부의 유난스러운 개 사랑이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도 확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