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반도체에 100조 가까이 투자한다는 계획은 예상 범위 내였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삼성이 반도체 이후 새 먹거리로 어떤 사업을 선택할 것인가’다. 업계는 삼성 ‘자동차’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은 오래전부터 전장 사업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다. 삼성전자는 2015년 12월 전장사업팀을 신설하고, 2016년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를 결정하는 등 전장사업을 본격화했다. 르노자동차에 삼성자동차를 매각한 2000년 이후 눈에 띄는 행보였다. 특히, 삼성은 하만 인수에만 9조 원의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삼성이 전장사업에 기울이는 무게비중을 알 수 있다는 평가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자회사 마그네티마렐리 인수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FCA 지주회사 ‘엑소르’의 사외이사로 활동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유럽 출장길에 오르면서 이같은 전망에 더 무게가 실린다.
마그네티마렐리는 1919년 설립돼 1967년에 인수됐다. 세계 30위권의 자동차 부품업체로 꼽히며, 주요 사업 분야는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텔레매틱스, 조명, 파워트레인, 서스펜션 등이다. 삼성디스플레이(차량용 화면표시장치)와 삼성전기(자동차용 카메라) 등 삼성과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삼성이 마그네티마렐리가 아니더라도 하만에 버금가는 전장부품 회사를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이 이번에 발표한 180조 원 투자 계획에서 50조 원은 해외에 투자된다. 이 가운데 20조 원 규모가 대규모 인수·합병(M&A)에 쓰일 예정이다. 충분한 실탄이 확보된 만큼 기회만 된다면 공격적인 M&A가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코스닥 상장 전장부품 회사에 투자해 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삼성은 에이테크솔루션의 2대주주로 지분 15.92%(159만2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자율주행 핵심 부품인 라이다(LiDAR) 관련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라이더는 레이저를 이용한 거리측정 센서로 자율주행차의 ‘눈’으로 불린다.
자체적인 연구개발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의 종합기술원은 미래 유망 기술 연구 차원에서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연구해 오고 있다. 종합기술원은 지난해 국토교통부로부터 국내 최초로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를 취득하기도 했다.
재계 1·2위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협력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삼성자동차 시절 현대차와 삼성은 다소 어색한 관계였지만, 총수 세대교체를 이룬 지금 양사가 시너지를 내기 위해 협력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특히, 자율주행자동차 시대가 오면서 IT기술과 전장 부품의 연관성은 매우 커지고 있다. 삼성이 선도하고 있는 무선통신시장과 집중육성하는 AI(인공지능), 5G, 음성인식 모두 자율주행과 맞닿아 있다.
한편,삼성은 전장부품 사업 외에도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이 될 AI, 5G, 바이오사업 등에도 약 25조 원을 투자한다. AI분야의 경우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한국 AI센터를 허브로 글로벌 연구 거점에 1000명의 인재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계기로 칩셋·단말·장비 등 전 분야에 과감한 투자와 혁신을 이어가며, 바이오시밀러(제약), CMO사업(의약품 위탁생산) 등에 집중 투자해 바이오 분야를 ‘제2의 반도체’ 사업으로 육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