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을 무력화하기 위한 청와대 ‘공관 회동’이 2014년에 추가로 열린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014년 하반기에도 당시 박병대 법원행정처장,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 관계부처 장관 등을 불러 징용소송의 진행 상황과 향후 방향을 협의한 정황에 대한 자료와 진술을 확보해 수사 중이라고 21일 밝혔다.
검찰은 2013년 12월 김 전 실장이 차한성 법원행정처장 등을 청와대 공관으로 불러 일제 강제징용 피해 생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재판을 지연해 줄 것 등의 요구사항을 전달한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검찰은 2013년 말부터 2016년 말까지 법원행정처 간부들과 외교부 간부들이 여러 차례 접촉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피고인 일본 전범기업 측 변호인과 청와대 간의 협의도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접촉 과정에서 피고 측은 대법원 재판부에 정부 의견을 제출 받을 것을 촉구했고, 재판부는 그 요청에 따르는 형식으로 외교부에 정부의견서 제출을 요청했다. 검찰은 외교부가 2016년 11월까지 의견서를 제출하면, 이를 근거로 대법원에서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하는 방안이 검토된 내용에 대한 자료와 진술도 확보했다.
특히 검찰은 외교부 문건을 통해 이같은 절차를 실행하기 위해 민사소송규칙 개정을 협의한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대법원은 2015년 초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해 관계기관이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외교부가 의견서를 제출하는 절차 등은 개정된 민사소송규칙이 적용된 첫 사례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이같은 사항을 보고받은 것으로 확인했다.
한편 검찰은 헌법재판소에 파견돼 근무하면서 헌재 내부정보를 법원행정처로 빼돌린 의혹을 받는 서울중앙지법 최모 부장판사를 22일 오전 10시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최 부장판사가 2015년부터 올해 초까지 법원과 관련된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관들의 평의 내용 등 내부정보를 대법원으로 빼돌린 단서를 확보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긴급조치 배상판결을 비롯해 △과거사 국가배상 소멸시효 관련 판결 △현대차 노조원 업무방해죄 판결 등 대법원 판단에 대해 제기된 사건의 평의 내용과 재판관들 개인적 견해, 일선 연구관 보고서 등이 유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유출된 헌재 내부정보가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에게 보고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