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클린템플턴투자신탁운용(이하 템플턴투신)의 수탁고가 2조 원대로 추락했다. 수탁고가 6조 원이던 때 합병 계획을 발표한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합병 조건을 재검토하고 있다.
24일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템플턴투신의 순자산총액(평가액 합산)은 2조8568억 원으로 전년 대비 3조931억 원 감소했다. 최근 미국 뱅크론펀드에서 발생한 기준가 급락과 부실공시의 여파로 수탁고의 절반 이상이 증발한 셈이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지난 3월 14일 템플턴투신과의 합병 계획을 이사회에서 통과시켰다. 당시까지만 해도 템플턴투신의 수탁고는 5조8000억 원 수준이었다. 시장에서는 비슷하게 6조 원 규모인 삼성액티브자산운용과 템플턴투신이 합병해 12조 원 규모 자산운용사가 탄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템플턴투신이 6월 미국 뱅크론펀드에서 편입한 금리연동대출채권 중 일부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사실을 뒤늦게 공시하면서 합병 계획이 무기한 연기됐다. 출자전환 후 사실상 휴짓조각이 된 주식을 펀드 기준가에 반영해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문제가 된 펀드는 미국금리연동특별자산펀드로 템플턴투신에서는 처음으로 설정액 규모가 1조 원을 넘겨 이른바 ‘간판펀드’로 불렸다. 그러나 22일 기준 해당 펀드의 운용규모는 230억 원 수준이며 순자산은 80억 원에 불과하다.
IB업계 관계자는 “운용사 M&A 과정에서 수탁고 변동은 있을 수 있지만 원인과 양태가 중요한데 템플턴투신의 경우 판매사와 투자자의 신뢰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수탁고 감소 규모 역시 막대하고 간판 펀드 라인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자산운용은 템플턴투신과의 합병은 그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이날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합병계획은 변동 없이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합병 조건에 있어서는 최근 템플턴투신의 입지 변화를 상당부분 반영해 재검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템플턴투신 검사에 대해서도 빠른 제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당국의 제재는 합병 후 승계되기 때문에 일단 제재 수위가 나오면 합병 조건에서 고려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신규회사 설립을 통한 합병을 제재가 승계되지 않는 영업양수도 방식으로 바꾸는 방법 등은 ‘꼼수’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어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영업양수도를 통한 M&A는 제재 효과가 승계되지 않지만 영업양수도임에도 사실상 합병에 준하는 상황이라면 제재를 이어받는 것이 마땅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