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완화 이견, 금융혁신 공감
◇‘혁신성장’ 안착의 바로미터, 文 대통령도 정무위 관심 = 오늘날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는 소관 정부 부처인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인사는 물론이고 금융기관의 수장이나 재벌 총수를 세워놓고 호통을 치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원래 국무총리실과 국가보훈처, 공정거래위원회 세 개 기관을 다루는 ‘행정위원회’였다. 이후 금융감독위원회가 편입되면서 ‘정무위원회(National Policy Committee)’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현재 정무위 소관 기관들은 △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공정거래위원회 △한국공정거래조정원 △한국소비자원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한국예탁결제원 △국민권익위원회 △국가보훈처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독립기념관 △88관광개발(주) 등이다. 국무총리실에 속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등 23개 국책연구기관도 정무위 소관 영역이다.
정무위는 요즘 들어 가장 주목받는 상임위이기도 하다.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제한)와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하 기촉법) 등 이른바 ‘3대 금융법안’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규제개혁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하는데, 은산분리와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은 문재인 정부 규제개혁 성패의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기촉법 또한 민간 자율의 사적 구조조정에 근간이 되는 절차법이라는 점에서 금융권의 관심이 큰 사안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정무위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지표 악화로 떨어진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번 임시국회에서 규제개혁 법안을 통과시켜 혁신성장을 궤도에 올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9월 남북 정상회담과 국제연합(UN) 총회 참석 등 굵직한 외교 행사들을 앞둔 만큼 8월 중순 이후에는 규제개혁에 큰 힘을 쏟기 어렵다.
◇최대 현안은 ‘은산분리 완화’… 여당 내 반대의견 걸림돌 = 현재 정무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다. 거대 기업(산업자본)이 은행 등 금융기관을 사금고처럼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1982년 도입된 제도이지만, 최근 인터넷은행의 등장 이후 금융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족쇄’로 지목돼 왔다. 문 대통령도 이달 7일 현장방문 행사에서 직접 “인터넷 은행의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국회에는 총 5건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다. 일단 입법 작업이 본격화되면 정무위 여당 간사를 맡은 정재호 의원이 발의한 특별법을 바탕으로 여야 간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정 의원의 법안은 산업자본(비금융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한도를 34%로 늘리되 인터넷은행이 원칙적으로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재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가 4%로 제한돼 있다.
여야 5당 원내대표가 16일 문재인 대통령과 회동한 자리에서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혁신 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여야 간 견해차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만큼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여당 내 반대의견이 여전해 결과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사실 지난 몇 년간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논의가 진통을 겪은 것도 야당이 아닌 여당 내의 반대 때문이었다. 법안1소위에는 그동안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 입장을 밝혀온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소속돼 있다. 상임위원회와 국회 본회의의 의사결정이 다수결로 결정되는 것과 달리 소위원회는 만장일치로 결정되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반대 의견이 있으면 법안이 문턱을 넘어서기 어렵다.
◇기촉법·금융혁신지원법 통과 여부도 주목… 8월 넘길 수도 = 일몰 두 달째를 맞은 기촉법의 경우 여야 지도부가 재입법에 동의하고 있는 만큼 또다시 한시법 형태로 부활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높다. 민주당은 유동수 의원의 대표발의를 통해 5년 연장안을 당론으로 발의한 상태다. 다만 같은 당 제윤경 의원이 유효기간을 3년으로 하는 다른 법안을 내놓고 있고 기촉법 부활을 반대하는 의견도 있어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규제샌드박스 도입의 근거 법안인 금융혁신지원 특별법도 있다. 각종 규제로 혁신적 금융서비스 실험이 어려웠던 핀테크 업체를 위해 제한된 범위에서 시장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규제 특례를 부여하는 내용이다. 법안의 제정 취지를 두고는 의원들의 의견차가 크지 않다. 하지만 처리 방법을 두고 이견이 있어 8월 국회를 넘길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