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여성인권선언문 '여권통문(女權通文)'에 담긴 주장이다. 여기에는 '권리'라는 단어가 사용됐는데, 여성의 참정권(정치권), 노동권(직업권), 교육권 등 세 가지가 담겨있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는 '여권통문' 발표 120주년을 기념하고, 역사적 의의를 조명하는 행사가 열렸다. '여권통문'은 1898년 9월 1일 서울 북촌 여성들이 주축이 되고 300여 명의 여성들이 찬동해 발표한 우리나라의 최초 여성인권선언문이다. 보통사람인 '리소사'와 '김소사'가 '여권통문'을 직접 돌렸다. 이는 세계 여성의 날이 촉발된 1908년 미국 여성 노동자들의 시위보다 10년이나 앞선다.
참석자들은 '여권통문' 발표 120주년에 대한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안명옥 '역사·여성·미래' 상임대표는 "'여권통문'은 한국이 근대화를 시작하며 역사상 최초로 여성들 스스로 권리를 주장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며 "단순한 주장에 그치지 않고 1899년 한국인 최초의 사립여학교인 '순성여학교'를 설치한 그 실천력에 더 높은 평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최한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여권통문'은 우리나라 여성운동의 시작점임에도 기존의 역사가 남성 중심으로 서술되어 온 까닭에 여성의 삶은 외면됐다"며 "오늘 기념행사를 통해 '여권통문'의 역사적 의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신 의원은 매년 9월 1일을 '여권통문의 날'로 기념하고 '여권통문'의 날부터 1주간을 '여성인권주간'으로 정하여 기념함으로써 여권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려는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신 의원은 "국회에서 여성의 인권과 잊혀진 여성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여성들의 역사를 발굴하고 이를 재평가한 재료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여성사박물관 건립 추진을 위해서도 노력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행사에 참석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오늘 너무나도 가슴이 벅차 오르는 것을 감출 수 없다"며 "여야, 이념을 떠나 여성들이 같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의 축사는 이건정 여가부 여성정책국장이 대신 전했다. 정 장관은 "'여권통문'은 여성들도 개화 정치에 참여하고 남성과 똑같이 평등한 교육 기회를 부여받아 직업을 갖고 일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공표한 것으로 근대의 여명기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자 한 여성 리더들의 선구자적 외침"이라고 평가했다.
여가부는 '여권통문' 120주년을 기념해 국립여성사전시관에서 '오늘, '여권통문'을 다시 펼치다'라는 주제로 특별기획전을 1일부터 내년 1월말까지 연다.
정 장관은 이어 "아직까지 많은 국민들이 '여권통문'의 존재와 그 역사적 가치를 잘 알지 못해 매우 안타깝다"며 "'여권통문'의 역사적 흔적들을 정리하고 성평등 미래에 대한 방향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중고등학생이 참여해 여권통문 발표를 재현하는 퍼포먼스도 열렸다. '여권통문'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조직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단체 '찬양회'가 '여권통문'을 선언했던 당시의 모습도 연극을 통해 재현됐다.
2부는 '여권통문'의 역사적 의의를 살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연구세미나로 진행됐다. 강영경 숙명여대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정경숙 강릉원주대 명예교수가 '여권통문의 발표와 전개과정 및 의의', 문소정 서울대 여성연구소 연구원이 '여권통문과 일본 및 서구의 여성해방선언의 비교', 강영심 이화사학연구소 연구원이 '여권통문 표석 설치 장소 지정을 위한 연구'를 주제로 발제했다.
신 의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인권선언인 여권통문 발표 120주년 기념식을 계기로 여권통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