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이 미국의 철강 쿼터(할당)에 대한 ‘품목 예외’를 신청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철강제품 쿼터에 선별적으로 면제를 허용하는데 서명한 이후 국내 기업이 취하는 첫 번째 조치다. 품목 예외 승인이 완료되면 미국 상무부가 승인한 물량만큼 쿼터를 적용받지 않고 수출할 수 있어 대(對)미국 수출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3일 포스코에 따르면 이 회사의 미국 자동차강판 전문 가공센터인 POSCO AAPC가 품목 예외를 신청했다. POSCO AAPC는 변압기를 만들 때 쓰는 방향성 전기강판을 포스코 본사로부터 수입하고 있다며 일정량을 계속 한국에서 수입하게 해달라고 했다. 미국 철강업체 AK스틸도 방향성 전기강판을 생산하지만 필요한 물량이나 사양을 공급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제철 미국법인도 현대·기아차, 자동차부품업체의 현지공장에 공급하는 냉연과 튜브 등 일부 자동차용 철강을 제외해달라고 신청했다. 현대제철은 해당 품목을 한국에서 수입하지 못하면 현대·기아차의 미국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명분을 달았다. 미국의 철강 쿼터 품목 예외는 미국 내에 있는 기업만 신청할 수 있으며 외국기업의 미국 현지법인도 가능하다.
다만, 미국 상무부가 이 사안을 승인할 지 장담할 수 없다. 특히 US스틸과 AK스틸 등 미국 철강업체들이 한국 기업의 품목 예외 신청에 반대하고 나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내 철강업계에선 미국의 철강 쿼터 선별적 면제를 반기고 있다. 미국에서 수요와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강관을 수출하는 업체의 경우 기대가 크다. 미국에서 7월 강관류 가격은 2017년 1월보다 66.1%나 올라, 강관업체의 수익성 개선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세아제강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 강관 수요가 늘고, 가격도 높아진 덕에 올해 2분기 연결 영업익이 전년 동기 보다 81%나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