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책임감·존재감...내년 2분기말~3분기초나 인상 검토할 수 있을 듯
◇ 집값 상승 구조적요인! 저금리 장기화는? = 이 총재는 지난달 31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 집값 상승과 관련해 “경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면 그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통화정책이 대응할 수 있고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본다. 그렇지만 지금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시장 문제는 경기적 요인보다는 구조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고 해결하기는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그 원인을 구조적 요인에서 찾았고 금리인상으로 대응할 수 없음을 명확히 한 셈이다.
일견 옳은 말이다. 다만 부동산값 급등의 저변에는 저금리 장기화라는 구조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실제 박근혜정부 시절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소위 초이노믹스에 편승해 한은은 기준금리를 2.50%에서 1.25%까지 다섯차례나 인하했다. 그 장본인이 바로 지금의 이주열 총재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도 2014년 2분기말 1035조9000억원에서 금리인상이 있었던 지난해 4분기말 1450조8000억원으로 415조원(40.1%)이나 급증했다. 한은은 이 또한 통화정책이 아닌 미시대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해 오고 있다. 아울러 이같은 가계빚 폭증은 현재 금리인상의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로 자리하고 있는 중이다.
부동산값 급등과 가계빚 급증을 초래하고 이젠 거기에 발목을 잡혀 금리인상이 어렵게 됐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통화정책의 실패다. 최소한 발목을 잡히지 않을 정도로 통화정책을 관리해왔어야 옳았다. “한은 역시 한국경제의 안정적 성장에 이바지해야 하나 방점은 안정에 찍혀야 한다”는 박승 전 한은 총재의 언급을 곱씹어볼 필요도 없다.
한은은 그동안 통화정책을 큰 칼로 자처해 왔다. 큰 칼을 휘두를 권한은 행사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무책임이다.
◇ 고용 등 민감 이슈 비켜가기 = 올 초 이주열 총재 연임을 위한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국회의원들은 이 총재와 한은에 전문가 집단으로서 이슈에 대한 분석과 함께 경우에 따라서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말라는 주문을 한 바 있다. 이 총재 역시 당시 청문회 자리에서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이번 금통위 기자회견에서는 최근 이슈가 된 고용부진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고용문제는 사실상 정치쟁점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감한 대목이긴 하다. 실제 7월 신규 고용이 5000명에 그친 것을 두고 일부 야당에서는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 폐기까지 주장하는 중이다.
이 총재는 관련해 뼈 있는 지적보다는 사실상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는 “고용부진의 원인은 정말 그야말로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답했다. 최근 불거진 최저임금 논란과 관련해서도 “아직 그런 분석이 가능하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경제학은 양손잡이다.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이 구했던 ‘외팔이(one hand)’을 찾기 어렵다. 다만 정치권은 물론이거니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지는 최저임금부터 소득주도성장론까지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최고의 씽크탱크를 자부하는 한은이 내놓은 입장 치고는 너무 싱겁다. 옳으면 옳다, 틀리면 틀렸다라고 전문가로서 쓴소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최근의 경제이슈에 대해 한은의 존재감은 시쳇말로 1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