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가 마련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채권금융기관 면책 조항'이 담겨 워크아웃 활성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다만 20대 국회 임기가 끝나기 전에 '금융위원회가 기업구조조정제도 성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상시화에 사활을 건 금융당국의 무리한 ‘관치금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5일 금융권과 국회 등에 따르면 정무위원회가 마련한 기촉법 대안에는 채권금융기관과 임직원의 면책 조항이 담겼다.
제34조는 채권금융기관과 그 임직원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없이 기촉법에 따라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적극적으로 처리했을 때 그 결과에 징계나 문책을 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기업구조조정 절차 관련 법령을 지키지 않았을 때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검토하지 않았을 때 △부정한 청탁이 있을 때 △사적 이해관계가 있을 때는 예외다. 공무원도 적용되지 않는다.
우선 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그동안 구조조정에 실패하면 금융당국 감사 등에 걸려 징계를 받을 우려가 있었다. 기업 구조조정에 능통한 한 법조인은 “시중은행 직원들이 보신주의를 깨고 보다 적극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무원은 대상이 아니라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기촉법에 한정한 부분도 아쉬운 점이다. 법원 회생절차 등 다양한 기업구조조정에 면책 조항을 적용하지 않고 워크아웃만 장려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안에는 부대의견도 담겼다. 금융위원회가 제20대 국회 임기 내에 기업구조조정제도 성과와 효용을 평가하고 법원과 구조조정 기관, 전문가 등 의견을 듣도록 했다.
이번 국회에서 기촉법 상시화 여부를 판가름하겠다는 뜻이다. 그동안 4차례 연장을 거듭하며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을 받은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 때문에 앞으로 금융당국이 무리하게 워크아웃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다. 기촉법 상시화를 위해 성과를 보여주려 지나친 ‘관치 금융’을 펼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 법조인은 “법 통과 이후 워크아웃 건수가 크게 느는지 봐야 한다”며 “(기촉법이) 관치금융의 표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무위는 지난달 27일 일몰 시한을 5년으로 정한 기촉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금융권과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이미 합의한 상황이고 견해차가 크지 않아 이달 중 국회에서 통과할 것이라고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