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8·30 개각의 문제점

입력 2018-09-0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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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전문성’이라고 하면 크게 두 가지를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하나는 조직에 관한 전문성이다. 우리 사회의 많은 조직들은 저마다의 특징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검찰 조직은 검찰 조직의 특징이 있고, 외교부 조직은 외교관 고유의 정신력에 의해 만들어진 독특한 조직 문화가 있다.

이런 문화가 잘된 것이든 잘못된 것이든, 중요한 점은 이들 조직 문화와 특성을 잘 이해할 수 있어야만 조직을 이끌거나 조직 속에서 생활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속한 조직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필요하다. 조직에 대한 전문성은 공부한다고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며칠 몸담았다고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조직에 대한 이해는, 그 조직에 몸담았던 시간에 의해 체득 혹은 습득되는 것이지 학습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두 번째로 들 수 있는 전문성은 바로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다. 이것이야말로 학습과 노력에 의해 얻어질 수 있다.

전문성을 말하는 이유는 지난번 있었던 문재인 정권의 두 번째 개각에 대해 한마디 하기 위해서다. 이번 개각을 보면 문제가 있는 개각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이번 개각에서 장관으로 내정된 사람들의 면면을 볼 때,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에는 아주 모호한 상태인 경우도 발견할 수 있어서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현장 경험도 없고 관료 사회의 경험도 없는 이들이 장관을 맡게 된 경우도 있다는 얘기다. 벌써부터 청와대 청원부터 시작해 반발 움직임이 노골화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임명 전부터 해당 분야의 종사자들이 반발하면 장관으로서의 일을 제대로 수행하긴 힘들다. 가뜩이나 국정의 난맥상이 점차 확실히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난맥상이 겹친다면 국정이 더욱 어려워질 것 같아 걱정이다.

더구나 이번 개각에는 정치인 출신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것도 문제다. 우리는 대통령제란 권력 분립을 근간으로 하는 권력구조라는 것을 초등학교 때부터 배운다. 이와는 반대로 의원내각제는 권력 분립이 아닌 권력 융합을 근간으로 하는 제도다. 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한 정당이 행정부의 내각을 꾸리기 때문이다.

얼핏 생각해 보면 권력 분립이 아닌 권력 융합에 기초한 의원내각제가 독재로 흐르기 쉽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반대다. 의원내각제는 권력 융합에 기초한다 하더라도 권력 집단, 다시 말해 총리를 정점으로 한 정치 권력을 쉽게 바꿀 수 있어 대통령제보다 그 운영이 훨씬 민주적이다. 반대로 대통령제는 권력 분립에 기반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통령의 임기가 헌법적으로 철저히 보장돼 있어 권력 집중과 권력의 독선 가능성이 내각제보다 높다.

우리 상황을 보면, 대통령제에서의 최고 권력자에 대한 헌법 차원에서의 임기 보장은 그대로 살리면서 의원내각제처럼 의원들을 장관으로 임명함으로써 입법권력과 행정권력을 융합시키고 있다. 즉, 극단적 권력 집중이 발생할 수 있는 소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최고 권력자가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 요소 중 자신이 원하는 것들만 뽑아내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문자 그대로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강화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개각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유감없이 볼 수 있다. 전체 장관 중 절반 가까이가 현직 의원이다. 어쨌든 개각을 했으면 장관들에게 최대의 자율성을 주고 청와대는 보이지 않는 그런 상황이 됐으면 좋겠다. 지금은 청와대만 보이고 내각도, 정당들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각자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나라가 바로 나라다운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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