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지난해 KB금융에 내준 ‘리딩금융’ 타이틀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생명보험사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인수로 몸집을 키우는 방식을 통해서다. 하지만 뒤질세라 KB금융은 비은행 중심의 확장으로 지주사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생명보험사 인수·합병도 여전히 가능성은 남아 있다. 1위 자리를 두고 신한지주와 KB금융, 두 회사 간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렌지라이프 14번째 자회사로 편입… 신한금융 규모경쟁 돌입 = 신한금융은 5일 오렌지라이프 지분 59.15%를 주당 4만7400원, 총 2조2900억 원에 사들이기로 합의했다. 전날 종가 기준 매각 대상 지분 시가 1조6800억 원에 6100억 원 정도의 경영권 웃돈이 붙었다. 이번 인수·합병(M&A)은 LG카드(현 신한카드, 7조2000억 원)와 조흥은행(현 신한은행, 3조4000억 원)에 이어 3번째로 큰 규모다. 오렌지라이프는 내년 1월 신한금융의 14번째 자회사로 편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마무리하면 KB금융을 제치고 규모 측면에서는 1등 금융사 지위를 되찾게 된다. 지난해 KB금융에 이 자리를 내준 이후 2년 만이다. 6월 말 기준 신한금융의 총자산은 452조3000억 원이다. KB금융(463조3000억 원)에 10조 원가량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오렌지라이프 자산 31조5000억 원을 더하면 신한금융 자산은 484조8000억 원이 된다. 합병 후 신한금융이 KB금융의 총 자산을 가볍게 앞지르는 셈이다.
당기순이익도 비등해질 전망이다. 올 상반기 신한금융의 당기순이익은 1조7956억 원으로 KB금융(1조9150억 원)보다 1194억 원 적었다. 지난해 오렌지라이프의 순이익은 3402억 원이었으니, 이를 단순 합산하면 신한금융이 KB금융을 넘어서게 된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여러 변수 영향이 많아 올해 결산이 끝나 봐야 그 양상을 알 수 있지만, 시장에서는 막상막하의 접전 양상으로 접어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한금융 입장에선 이번 인수가 보험사 위상도 높였다. 현재 자산 규모로 생명보험업계 8위인 신한생명은 오렌지라이프와 합치면 자산이 62조3000억 원으로 불어난다. 이는 삼성생명(258조2000억 원)·한화생명(129조1000억 원)·교보생명(106조5000억 원)·농협생명(64조4000억 원)에 이어 5번째 규모다. 올해 PCA생명을 흡수하며 5위로 도약했던 미래에셋생명(35조 원)도 따돌릴 수 있다.
◇동양·ABL생명, M&A시장 매물…KB금융 ‘눈독’ =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중심이었던 신한금융의 순이익 포트폴리오도 이번 인수로 개선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신한금융의 순이익(1조7956억 원) 중 신한은행(1조2718억 원)과 신한카드(2819억 원)가 차지하는 비중은 86%에 달한다. 반면 신한생명의 순이익은 700억 원에 불과했다. 만약 오렌지라이프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1836억 원)을 단순히 더하면 순이익은 2536억 원으로 불어 은행, 카드에 이은 수익원으로 올라서게 된다.
하지만 KB금융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KB금융도 그간 생명보험사가 약점으로 지목돼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검토했지만 중도에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음 매각 주자인 동양생명(31조1586억 원)과 ABL생명(18조6200억 원) 등이 시장에서 매각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언제라도 KB금융이 M&A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KB금융이 두 회사를 인수할 경우 KB생명의 총자산은 60조 원에 육박하게 된다.
또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그간 증권과 보험사 M&A 등을 추진하며 그룹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측면에선 다른 금융그룹보다 선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 최근 비은행 계열사의 글로벌 진출로 국내 금융시장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보인다. 고질적 약점으로 꼽혀 온 해외 금융 부문을 강화해 ‘리딩 뱅크’의 입지를 굳건히 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앞서 6일 KB자산운용은 중국 상하이에 현지 법인(상하이 카이보 상무자문 유한공사)을 설립하고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섰다. KB금융의 상반기 당기순이익(1조9152억 원)의 1%(227억 원)에 불과한 자산운용사의 입지를 고려하면 의아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은행의 예대마진에서 벗어난 ‘비은행’ 계열사의 새로운 수익 창출 통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중국시장 진출은 의미가 있는 셈이다.
이미 윤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아시아 시장을 중심축으로 글로벌 진출 기반을 다지며 동남아 시장 현지에 특화된 금융 모델을 통해 시장 지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국민은행이 동남아 국가 금융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규모는 작지만 가능성 있는 시장 캄보디아를 주목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