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보유한 한화종합화학 잔여 지분 매각이 결렬됐다. 삼성물산은 이 매각대금을 지배구조개편 작업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져, 매각 불발 배경과 재매각 추진 일정에 대해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14일 삼성물산은 “베인캐피탈을 우선협상자로 선정, 주식 매각을 추진해왔으나 거래조건에 대한 견해 차이로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삼성물산은 한화종합화학 주식 매각을 중단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이 매각하려했던 한화종합화학 주식 20.05%는 삼성그룹이 2015년 한화그룹에 화학·방산 4개사를 약 2조 원에 팔았던 ‘빅딜’ 과정에서 경영권을 팔고 남긴 지분이다. 삼성물산과 삼성SDI는 한화종합화학(구 삼성종합화학) 지분 99.5%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당시 삼성 측은 한화그룹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잔여 지분 남겨뒀다.
그러나 올 들어 삼성물산과 삼성SDI는 각각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현금화하기로 결정했다. 4월 우선협상자로 베인캐피탈을 선정한 삼성물산은 협상을 진행해왔다. 거래 금액은 1조 원가량으로 추산됐다. 매각이 완료되면 삼성물산과 삼성SDI에 각각 8000억 원, 2000억 원 안팎의 현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던 상황이다.
협상이 결렬된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삼성물산과 합화종합화학 측은 구체적인 계약 내용에 대해 밝힐 수 없다며 대답을 꺼렸다.
업계의 해석은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손실 보전 정도를 두고 양 측의 견해차가 컸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2015년 빅딜 당시 한화그룹은 한화종합화학의 2021년 기업공개(IPO)를 약속했는데, 이번 매각 협상에서 공모가가 인수가 보다 낮을 시 어느 정도까지 손실을 보전해주냐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는 것이다. 아울러 유가 상승으로 석유화학업종에 대한 투자매력도가 떨어지면서 한화종합화학 가치에 대해 이견이 생겼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이번 매각 무산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지분 매각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해석하는 시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사인 삼성물산이 지배구조의 최정점으로서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매각을 통해 유입된 현금으로 삼성전자 지분 인수 대금 마련에 나설 것으로 해석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 당국이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거듭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일기획 지분 매각, 서울 서초사옥 매각 등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는 삼성물산의 행보는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이와 관련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그동안 비주력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 개선 및 향후 미래 투자재원 마련해왔다”며 “이번 계약 무산에 따른 구체적인 방안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매각된 자금을 활용해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하는 등 추측과 관련해서는 검토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순환출자 구조 해소 등 선제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아 현실적으로 바로 가능하지도 않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