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승진이 전격적으로 발표된 배경에 대해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오너가 3세인 만큼 2인자로의 승진이 정해진 수순이긴 하지만, 급할 이유도 없었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가 연말 정기 인사도 아닌 시기에 단행된 것이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근거이기도 하다.
우선, 시기적으로 볼 때 제3차 남북정상회담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방북 수행단에는 정 수석부회장 대신 김용환 부회장이 포함됐다. 정 부회장의 미국 일정 때문이지만 만약 정 부회장의 승진 인사가 없었다면 많은 얘기가 나올 수는 상황이었다.
예전 포스코의 경우에도, 권오준 전 회장 대신 오인환 사장이 참석하면서 오 사장이 사실상 2인자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의 구도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방북단 리스트가 발표되기 전에 전격적으로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는 것이다.
정 수석부회장 대신해 북한으로 향하는 김용환 부회장의 행보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김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로 2011년 현대건설 인수전을 지휘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가운데 현대건설이 대북사업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데다, 3월까지 정 회장과 함께 현대건설의 이사로 활약한 것이 김 부회장의 평양행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김 부회장은 한국전력부지 매입과 신사옥이 추진을 주도했는데, 고가 매입 논란과 신사옥 건설 허가 지연 등으로 그룹 내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정 회장의 최측근인 만큼, ‘정의선 시대’에서 세대 교체의 1순위로 거론돼 왔다.
재계 일각에선 이번 승진 인사를 두고 정몽구 회장의 건강이 악화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건강에 전혀 문제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