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문리 간다, 나는 지금
꽃피고 눈 오는 DMZ 안을 지나
새들이 알을 낳고 사람들이 惡을 품는
널문리 가게 앞 콩밭에 서 있네
콩밭 사이에서
웃을 팔아 호강하는 자본주의 신부와
피 팔아 연명하는 사회주의 신랑이
얼글레설글레
게처럼 흘레붙는, 여기는
金九의 나라
다시 널문리 간다
1993년 3월 19일
남쪽에서 43살 먹은 李仁模
살아서 살지 못하고
죽어서도 죽지 못하는 노인이
사시사철 한 벌 옷 걸치고
반은 남, 또 반은 북에 엉거주춤 서 있는데
인걸은 의구한데 산천은 간 곳 없어
내 또 죽으면 어기
분계선 위에
열십자로 묻어 주어
죽고 죽어서, 일백 번 고쳐 죽어
땅속 같은 한세상,
웬 성화 없이 살아봤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