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전통제조업 부활 기대”…건설ㆍ철강ㆍ화학ㆍ에너지ㆍ기계업종 수혜 기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본사에서 김상만(51) 하나금융투자 통일경제 TF팀장(리서치센터 자산분석실장)을 만나 통일경제의 효과와 전망을 물었다. 이날은 18~20일 사흘간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의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비핵화 본격 협상 직전단계…기대감 커
◇ “북핵 이슈 해결 진척… 대북 제재 완화 기대감 커져” = 김상만 TF팀장은 “경협은 외교적, 정치적인 변수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데 과거보다 북핵 관련 이슈가 훨씬 해결되는 쪽으로 진도가 나가고 있다”며 “종전 선언과 비핵화 등 협상 직전 단계에 와 있어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 기대감이 커진 듯하다”고 말했다.
본업이 크레딧 전문 애널리스트인 김 팀장은 최근 통일경제 TF를 이끌며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정기간행물 ‘프로젝트 코리아(PROJECT KOREA)’ 창간호를 펴낸 게 7월 24일. 두 번째 간행물도 발간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리서치 역량과 투자은행(IB)을 연계한 새 통일 전략을 시도하고 있으며 8월에는 업계 최초로 ‘한반도 통일경제 포럼’도 개최했다.
통일경제TF팀에는 김 팀장 외에도 소재용 이코노미스트, 김용구 수석연구위원, 박종대 수석연구위원, 채상욱 수석연구위원 등 간판 애널리스트들이 대거 포진돼 전사적인 관심이 엿보였다. 정책자문역 김형덕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 경제자문역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등 외부자문위원도 함께 선임됐다.
김상만 팀장은 “프로젝트 코리아는 남·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를 둘러싸고 진행될 비핵화-평화 정착 국면을 진단하고 북핵 문제 해결 시 펼쳐질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의 비전을 공유하는 한편, 토론의 장으로 만들어졌다”고 TF 출범 취지를 밝혔다.
南 ‘기술력’·北 ‘낮은 인건비’ 시너지
◇ 수혜 기업은 전통 제조업 분야 중견기업 = 인프라 개발 수혜 업종으로는 건설·건자재, 철강, 화학, 에너지, 기계 등을 꼽았다. 이들 산업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경제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전통 제조업이다. 남한의 기술력과 북한의 낮은 인건비 등이 합쳐지면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김상만 팀장은 “산업 부문별로 보면 건설·건자재의 경우 도시개발부터 교통축과 경제특구 등 신도시 구축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면서 “철강 역시 남북경협에서 1차적으로 요구되는 철도공사나 가스관의 철강 수요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돼 수혜 업종으로 분류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문제는 북한의 인민 생활을 위한 세부 과제로 북한이 가장 중요하게 다룬 사안이자 경제 활성화의 선결 조건”이라며 “기계는 경제가 발전하고 북한에서 생산 기반이 확충되는 과정에서 자동화 설비, 컨베이어 벨트 등에 사용돼 필연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혜를 볼 수 있는 대기업집단 중에선 중견기업들을 꼽았다. 종전에 통일 이슈를 주도해 왔던 현대중공업그룹 등의 경우 본업의 외형이 크다 보니 경협 효과로 얻는 편익이 실질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김상만 팀장은 “LS그룹, 세아제강그룹, 동국제강 등 중견기업들은 경협으로 영업이익률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외형이 크지 않은 기업들이 투자 대비 편익이 늘면서 수혜를 볼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회의적 시각 상존…투자까진 시간 필요
◇ 통일은 비용 아닌 투자… 유망 투자처 인식 확산 = 통일예산 마련 방법에 대해선 국제사회, 민간과의 협업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성장동력을 잃은 국내 증시에 통일이 ‘비용’이 아닌 ‘투자’의 개념으로 시장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초기에는 남한 정부가 어느 정도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대북 제재가 해제되면 국제기구로부터 차관이나 공적개발원조(ODA)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관투자자들의 대기자금이 충분해 펀딩 자체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시장에선 여전히 남북통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난 30년간 통일 논의가 계속됐지만, 막판에 좌초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가령 2016년 개성공단 폐쇄는 입주기업뿐만 아니라 이들 기업을 믿고 투자했던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트라우마이고, 아픔이다.
김상만 팀장은 “낙관적인 정치 쪽과 달리 경제 주체들은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보면서도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분들이 많다”며 “실제 적극적인 투자로 연결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소요될 듯해 조심스러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통일경제TF 팀장은…‘프로젝트 코리아’ 업무 총괄
1967년생인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통일경제TF 팀장(리서치센터 자산분석실장)은 경문고를 거쳐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1993년 중앙종합금융에서 8년간 근무했고, 국민연금공단에서도 10년간 근무했다. 하나금융투자로 이직한 것은 2011년 12월로, 6년 9개월째 재직 중이다. 크레딧·회사채 전문 애널리스트로 활약 중이며, 통일경제TF 팀장으로서 ‘프로젝트코리아’ 분석 보고서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2020년까지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인프라·과학기술산업 발전에 역점”
하나금융투자는 ‘프로젝트 코리아 7월호’에서 북한의 경제개발 5개년 전략이 인프라·과학기술산업의 발전 의지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소재용 이코노미스트는 “북한의 경제정책을 이해할수록 경제협력의 성공 확률도 높아진다”며 “북한의 개방은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계획 경제’라는 틀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점도 충분히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체제가 안정된 후 북한이 추구하는 기본적인 경제 전략은 비교적 뚜렷하다”며 “경제개발 5개년 전략을 통해 자생적인 경제구조 건설과 핵무력을 이용한 병진노선을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제 앞으로 진전될 북미 협상을 통해 김정은은 체제를 보장받는 한편, 대북 제재가 폐기된다면 핵개발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는 달성하는 셈”이라며 “2020년까지 남은 북한의 경제적인 과제는 개방을 통해 현저한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적시했다.
경제개발 5개년 전략에서 북한이 추구하는 우선순위는 △대외 개방을 통한 전력·사회 인프라 시설 구축 △자강력 강화를 위한 경공업을 필두로 한 국산화 정책 △국가 비전 ‘사회주의 지식경제’ 달성을 위한 과학기술의 발전 등이다. 이 과정에서 국제기구 등 외부 자금 유치가 절실할 것이란 관측이다. 북한의 과학기술발전 5개년 계획의 주요 내용은 에너지 문제 해결, 공업의 주체화 및 현대화, 먹는 문제 해결, 첨단기술 비중 제고, 기초과학 등이다. 특히 최근 들어 첨단기술 발전의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소재용 이코노미스트는 “기본적으로 인프라가 일차적인 주도권을 갖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과학기술과 전력공업, 금속·화학 기반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개방과 경제협력이 추진될 공산이 크다”면서 “앞으로 이러한 영역에서 나타나는 북한의 변화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짚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5개년 경제개발 전략이 김정일 시대부터 시작된 대외개방·개혁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집권 당시 발표된 10개년 경제개발계획에서는 처음으로 대외 개방과 외자 조달에 대한 북한의 니즈가 드러났다.
그는 “주목할 점은 북한 정부가 김정일 시대에 접어든 이후 대풍국제투자금융을 내세워 주요 지역의 공업지구 육성과 이를 위한 외자 조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라며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북한이 대외 개방과 외자 조달의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의의를 남겼다”고 말했다.
차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