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최저임금 결정방식, 예측가능한 구조로 바꿔야”

입력 2018-09-2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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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가 30년된 최저임금 결정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최저임금의 합리적 결정을 위해 산식(formula)에 기반한 3단계 프로세스를 제안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7일 정부에 제출한 ‘최저임금 결정구조의 합리적 개선방안’ 건의서를 통해 “현행 최저임금 결정구조는 지난 30년간 경제 상황에 따라 변경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돼왔다”며 “그 결과 매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갈등이나 결정과정에서의 사회적 혼란과 비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현행 최저임금 결정구조는 1988년부터 적용됐다.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재적위원의 과반수 출석, 출석위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최저임금을 의결한다.

그동안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노사간 대립과 사회적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최저임금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한 지난 `88년 이후 최저임금은 총 32회 인상됐다. 이중 합의를 통한 결정은 7회에 불과했다. 표결로 결정한 25회 중 8회만이 근로자대표와 사용자대표가 모두 참여했고, 17회는 노‧사 한쪽이 불참했다.

대한상의는 “그간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과정에서 대립과 갈등이 거의 매년 반복됐다”고 지적하면서 “이제는 시스템에 기반한 합리적인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갖춰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현행 최저임금 결정구조에 대해 △합의없는 표결, △공익위원 주도, △객관적인 근거 부족을 3대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우선 노사간 충분한 합의 없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관행이 고착화됐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기간은 최대 3개월이다. 그러나 실제 본격적인 심의는 결정시한에 임박한 1~2주에 불과하다. 심의 역시 노사간 상호이해를 통한 조정보다는 단순 임금교섭의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노사 대표의 입장차도 크다. 지난 10년간 최저임금 협의과정에서 근로자대표가 제시한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40%다. 반면, 사용자대표가 제시한 인상률은 동결 수준으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양측이 제시한 수치 차이가 큰 상황에서 상호간 신뢰나 성실한 협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한상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결정방식은 노사간 성실한 협의와 합의를 통한 결정을 전제하고 있다”며 “노사가 최저임금 당사자로서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대립되다보니 합의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익위원이 사실상 최저임금 결정과정을 이끌어가는 구조도 문제로 지적됐다. 노사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들과 사용자위원들의 의견이 맞서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결정권(캐스팅보트)은 정부가 임명하는 공익위원이 쥐고 있다. 공익위원들이 어떤 의견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최저임금의 최종인상률이 결정되어 왔던 것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박지순 고려대 교수는 “그간 최저임금 심의는 참여자 모두 명분에 집착해 합의도출을 꺼려하는 모습을 보여 왔고, 인상률도 결정을 먼저 내린 후 근거를 짜맞추는 식”이라며 “매년 되풀이되는 노사간의 극단적인 대립을 해결하고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최저임금 결정구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 결정 3단계 프로세스’를 제안했다.

노사와 전문가, 정부가 모두 참여하되 각자 역할을 나눠 단계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자는 것이다. 전문가그룹이 객관적인 지표를 근거로 산식(formula)에 따라 최저임금의 인상구간을 제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노사가 협의를 진행하며, 정부는 노사 협의를 존중해 최저임금을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1단계는 최저임금 인상의 예측 가능성 향상과 노사간 성실한 협의를 위해 별도의 전문가그룹을 구성한다.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전문가그룹이 객관적인 데이터에 근거해 적정 최저임금 인상구간을 미리 산정해 제시한다.

이와 함께 전문가의 임의적 판단 여지를 줄이도록 산식(formula)을 법률에 명문화한다. 프랑스는 소비자 물가지수와 근로자의 구매력 상승률을 기준으로 하도록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독일은 협약임금의 인상률을 기준으로 노사 공동으로 최저임금 인상안을 결정하도록 법에 규정하고 있다.

2단계는 ‘근로자대표-사용자대표’ 중심으로 협의기구를 구성한다. 전문가는 일부 참여시키되 자문과 조정 역할에 한정하고, 전문가그룹에서 제시한 범위 내에서 노사가 실질적인 협의를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이유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의하면 최저임금 결정시 사회적 파트너간 ‘충분한 협의와 참여’가 있어야 한다. 독일은 노‧사대표 각 3인이 실질적으로 인상률을 결정토록 하고 있다.

3단계인 최저임금 인상의 최종 결정단계에서는 노사 합의안을 최대한 존중하되, 합의안이 없을 경우 정부가 결정하도록 한다.

현재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사실상 결정하고 노동부는 그대로 고시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최종 결정과정에서 노사간 합의안이 제시된 경우에는 노사 합의정신을 존중해 합의안이 그대로 반영되도록 하고, 합의안이 없는 경우에는 객관적인 데이터와 노사 의견을 참조해 정부가 결정을 내리게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박재근 대한상의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 소득개선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과 함께 일자리나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살펴야 할 때”라고 지적하고,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제성장률이나 임금인상률 등의 객관적 지표를 반영해 최저임금을 보다 예측가능하게 결정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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