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김모(34) 씨는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에 위치한 한 고급 펍을 방문해 이탈리안 피자를 주문했다. 오픈 주방에서 전자레인지 소리가 나더니 해동된 냉동 피자에 생양파가 얹혀 나왔다. 김 씨는 어이가 없어 업장에 따져 물었더니 “옵션(생양파)이 올라갔는데 별로셨나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 씨는 “고급 샹들리에로 인테리어를 꾸며 놓고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손님에게 간편식을 내놓는다는 인식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최근 수제쿠키로 유명한 ‘미미쿠키’가 폐업했다. 코스트코에서 구매한 쿠키와 롤케이크를 포장만 바꿔 각각 3배, 2배에 가깝게 판매가를 부풀린 것이 들통나 결국 폐업에 이른 것이다. 좋은 재료만 쓴다는 마케팅으로 유기농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현혹, 부당한 이득을 챙긴 데 대해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운영하는 서울 청담동 소재 파인다이닝(고급식당) ‘우오’에서는 최근 직접 밥을 짓지 않고, CJ제일제당의 상온 즉석밥 ‘햇반’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일부 소비자들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이에 CJ제일제당 측은 “급하게 손님에게 음식을 제공하다 보니 햇반을 사용한 사실이 있으나, 해프닝이었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식음업장의 ‘포장갈이’ 의혹에 대해 소비자들은 물론 관련 업계도 “소비자를 기만하는 처사”라며 강도 높게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미미쿠키’ 사례처럼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완제품을 수제품으로 둔갑시킨 사실이 확인되면 사기 혐의가 적용된다. 이 경우 업주는 현행 사기죄(형법 제347조 제1항)에 따라 ‘사람을 기망해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시중에서 구매한 가공식품을 마치 자신의 업장에서 만든 것처럼 재포장하거나 판매한 행위는 소비자를 기만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소비자들이 이 같은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면 이 같은 높은 비용을 지불했겠나”라고 반문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브랜드를 앞세운 제품을 믿고 구매한 소비자들의 권익을 해치는 행위는 근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번 ‘미미쿠키’ 사태와 같이 완제품 재포장 판매는 최저임금 인상과 임대료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사례”라며 “일부 업자의 도덕적 해이가 자칫 전체 시장의 분위기를 흐릴 수 있는 만큼 해당 사례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