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대법관으로 지명한 브렛 캐버노 후보에 대한 인준안이 6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에서 최종 승인됐다. 캐버노 인준안은 그의 고교 시절 성폭행 미수 의혹으로 지연돼왔는데, 이날 상원 본회의 에서 찬성 50표, 반대 48표로 가까스로 가결 처리됐다. 이로써 연방대법원은 여당인 공화당에 가까운 보수파가 다수를 차지, 미국 사회가 장기에 걸쳐 보수 성향에 치우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11월 중간선거에서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당초 인준안에 반대를 표명했던 공화당의 리사 머코우스키 의원은 기권했고, 같은 당의 스티브 데인즈 의원은 딸 결혼식에 참석하느라 이날 본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캐버노의 성폭행 의혹 등을 이유로 인준안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결과를 바꾸지는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유세에 나선 캔자스 주에서 기자들에게 “캐버노는 오랫동안 탁월한 대법관이 될 것”이라며 “(성폭행 의혹 등에 대한) 민주당의 끔찍한 공격에 캐버노가 견딘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7월에 퇴임한 중도 보수파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의 후임으로 캐버노를 지명했다. 케네디는 찬반 의견이 엇갈렸던 주요 사안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며 대법원의 균형추 역할을 했다. 보수파가 지지하는 개인의 총기 소유에는 찬성하는 반면, 진보파가 주장하는 동성 결혼을 허용했다. 그러나 캐버노의 취임으로 대법관 9명 중 5명이 보수파가 돼, 판결이 보수 성향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공화당은 캐버노의 인준을 중간선거의 풍향계로 보고 있다.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 대표도 6일 표결에 앞서 미국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반 캐버노 운동은 훌륭한 정치적 선물”이라고 말했다. 캐버노의 인준안에 저항하는 민주당이 의회의 다수파가 되는 것에 대해 공화당 지지층이 위기감을 느껴 중간선거에서 투표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민주당은 캐버노의 인준안 통과를 계기로 여성표를 모으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미시시피 주의 한 집회에서 캐버노의 성폭행을 의회 청문회에서 증언한 크리스틴 포드의 흉내를 내며 웃음을 자아내 빈축을 샀다.
민주당의 메이지 히로노 상원 의원은 6일 워싱턴 대법원 앞에서 열린 캐버노에 반대하는 집회에서 “나는 분노한다. 여러분도 분노하고 있을 것이다. 그 분노를 중간선거에 제대로 부딪쳐 보자”고 말하며 지지자들의 결속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