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만상 아파트 부정 당첨 사례

입력 2018-10-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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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점 허위, 무주택자로 위장 등 부적격 당첨 14만 건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최근 5년간 부적격 아파트 당첨 사례가 약 14만 건에 달한다고 한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나온 내용이다.

청약 가점을 잘 못 기재했거나 집이 있는데도 무주택자로 서류를 꾸몄다가 당첨이 취소된 경우가 부지기수였고 세대주라고 속여 들통이 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다. 재당첨 제한이 걸려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청약했거나 세대주와 가족이 중복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가 적발된 사람도 많다.

부적격자 중에서 실수로 서류를 잘 못 작성했다가 부정 당첨자가 된 케이스도 있겠지만 고의로 부정을 저질은 사람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청약 경쟁이 치열한 것은 이런 부적격자 영향도 크지 않았나 싶다.

문제는 청약자격이 없는 사람이 서류를 허위로 꾸며 당첨된 경우다.

부적격자 여부 심사 전에 당첨권이 거래됐다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당첨이 취소되면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불법을 벌이는 집단은 대개 분양 사기꾼들이다. 조직적으로 서류를 조작해 당첨이 되면 당첨권을 곧바로 팔아먹고 잠적해버리곤 한다. 이는 불법 거래여서 피해가 발생해도 신고하기가 꺼림칙하다. 중간에 중개업자가 낀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들의 분양 사기 수법은 대충 이렇다.

실제 당첨 가능한 사람을 물색해 돈을 주고 청약 통장을 만들게 한 후 이를 통해 아파트 분양을 받는다.

주로 당첨 확률이 높은 특별공급 대상을 목표로 삼는다. 신혼부부· 장애자· 다자녀· 노부모 부양· 탈북민 등이 주요 타깃이다.

이런 과정에 무자격자가 포함되기도 한다. 원매자가 속이면 투기꾼도 어쩔 수 없다.

물론 분양 사기 집단이 고의로 허위 서류를 만들기도 한다. 심지어 당첨이 확실한 수준으로 청약 가점을 높게 꾸민 후 이를 당첨예상 물건이라며 싼값에 내놓는다. 당첨만 되면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이 생기는 판에서는 리스크가 있는 이런 물건도 팔린다.

당첨 예상 물건이 아닌 실제 당첨권 거래도 성행한다.

동·호수가 결정되지 않은 그야말로 당첨권 상태다. ‘물 딱지’ 로 불리기도 한다. 물론 이런 물건은 정상적인 분양권보다 가격이 싸다. 동·호수가 정해지지 않아서 그렇다. 로열동· 로열층에 당첨되면 그만큼 시세 차익이 크다.

이런 물건 거래에는 전문 브로커나 중개업자가 개입된다. 중개업자는 주변 투자자들에게 웃돈을 붙여 당첨권을 넘긴다. 중개업자는 동ㆍ호수만 정해지지 않았을 뿐 정상적인 당첨권인 줄 알고 거래를 알선한다. 청약 관련 시스템에서 당첨자로 확인되니 누가 취소될 것으로 생각하겠는가.

그만큼 서류 조작 수법 등으로 당첨된 경우는 사전에 부정 사실을 가려내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왜 이런 부적격자가 많이 생길까.

청약 제도에 허점이 있어서다. 청약 때는 증빙 서류· 자격 요건· 가점 상항 등에 대해 형식적인 확인만 가능하다.

일단 당첨자를 정한 후 이를 대상으로 철저한 조사를 벌이는 식이다.

이는 청약 완료 후 당첨 확인 정보만 노출하는 꼴이다. 동·호수는 결정되지 않았을 뿐 당첨된 것은 사실임을 말해주는 격이다.

동·호수가 결정된 후 분양권 전매가 이뤄지는 게 정상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당첨권 상태로도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소리다.

당첨 취소 분에 대한 처리 문제도 논란거리다.

지금은 사전에 예비 당첨자를 선정해 재 분양하고 있으나 예전에는 주택업체가 임의 처분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일부 업체는 공식적으로 웃돈을 붙여 팔기도 했으나 대개는 분양 관계자가 돈을 받고 중개업자나 브로커에게 넘기기는 식으로 처리했다.

겉으로는 선착순 분양을 한다고 하나 일부 물건은 그런 식으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알려진다.

아무튼 소문으로 무성하던 부적격자 당첨 실태가 드러나면서 그동안 청약 제도가 얼마나 허술했는가를 알게 해 준다.

부적격자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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