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권에 따르면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이달 15일부터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SGI 등 공공 및 민간 보증기관에서 신규보증이 제한된다. 1주택자도 부부합산 연 소득이 1억 원 이하인 경우에만 전세보증을 받을 수 있다.
당국의 이러한 지침은 전세자금이 투기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간 부동산 시장에서는 다주택자가 전세대출을 받아 전세로 거주하면서 여유자금을 주택에 투자하는 ‘갭투자(시세차익을 목적으로 매매가격과 전셋값의 차액으로 주택 매입)’가 만연했다. 집값이 올라야 이익을 얻기 때문에 최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실제로 갭투자가 차단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번 규제가 투기세력을 다 끌어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민간보증사인 서울SGI 1주택자에게도 소득 제한 없이 전세보증을 공급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민간 기업을 강하게 좌지우지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 탓이다. 물론 공적보증을 받을 때보다 0.4~0.5%포인트 높게 금리가 책정되지만 전세대출의 낮은 금리를 고려하면 큰 부담은 아니라는 것이 부동산 업계의 목소리다. 따라서 서울SGI를 통해 나오는 자금이 갭투자로 흘러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또한 최근 부쩍 증가한 ‘오피스텔’ 갭투자는 그대로 방치된다. 다주택자의 보유 주택 수 산정에 오피스텔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당국이 오피스텔의 매매 가격 상승률이 미미하므로 갭투자로 활용될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한 탓이다.
하지만 KB부동산에 따르면 9월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는 평균 2억4300만 원으로 올 초부터 계속해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서울시 오피스텔의 평균 전세가율은 80%에 달한다. 전세가율이 60% 초반인 아파트보다 높아 지난 3년간 오피스텔 갭투자가 기승을 부렸다.
문제는 보증기관을 통한 경로를 차단하더라도 실제 갭투자 수요는 막기 어렵다는 점이다. 고소득자는 보증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얼마든지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살 수 있다. 보증기관을 옥죌수록 실수요자 혹은 서민들에게만 피해가 간다는 비판이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이번 규제가) 부동산 시장에 다소 영향을 줬겠지만, 갭투자를 막거나 서민에게는 큰 실효성은 없다”며 “1가구 2~3주택에 대해서 강도 높게 규제해서 양도세 중과를 통해 막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