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가방 패러디 디자인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패러디 의도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상표권 침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3부(재판장 박원규 부장판사)는 루이뷔통이 국내 화장품 업체 더페이스샵을 상대로 낸 부정경쟁행위 금지 청구 소송에서 "디자인을 차용한 제품의 판매ㆍ전시를 중단하고 50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루이뷔통이 문제 삼은 제품은 더페이스샵이 2016년 미국의 가방 브랜드 '마이아더백'(My Other Bag)과 협업 계약을 맺고 명품 가방 디자인을 담아 만들어낸 화장품과 주머니 등이다.
마이아더백은 가방 한쪽 면에 루이뷔통, 샤넬 등 명품 가방의 삽화를 넣어 "지금 내가 사용하는 가방은 저가 제품이지만, 다른 가방으로 고가의 명품을 가지고 있다"는 뜻의 패러디를 선보였다.
앞서 루이뷔통은 마이아더백이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미국에서 소송을 냈지만, 미국 법원은 이 디자인이 패러디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더페이스샵은 이 같은 미국 법원의 판단을 근거로 자사 제품에 들어간 마이아더백의 디자인 역시 패러디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마이아더백은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가 아닌 데다 사회ㆍ문화적 배경이나 일반적 영어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수요자들에게 'My Other Bag'이라는 문구가 특별한 논평적 의미를 전달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어 "양면에 삽화와 문자가 각각 프린트된 마이아더백 가방과 달리 더페이스샵 제품에는 같은 면에 표시돼 있어 희화의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더페이스샵이 제품을 광고하면서 '루이뷔통'이라는 상호를 직접 인용했고,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고용하는 등 고가 제품에 못지않은 품질을 표현하려 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루이뷔통의 '명품 이미지'를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