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규제 풀어야 택시가 바뀐다

입력 2018-10-1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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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희 중기IT부장

한 번 굳어진 이미지를 바꾸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교황의 평양 방문이 성사된다면 북한 입장에서는 보통국가, 또 정상국가로서의 이미지를 알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교황이 평양을 방문하더라도 북한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이미지가 한 번에 바뀔 리 없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선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가도 그렇고,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택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국민들은 불친절, 승차 거부 등 불쾌한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실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병관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서울시에서 승차 거부, 불친절, 부당 요금 징수 등 택시와 관련된 시민 불편 민원 접수는 11만3989건에 달했다. 불친절 관련 민원접수가 3만8335건(33.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승차 거부 3만5570건(31.2%), 부당 요금 징수 2만3005건(20.2%) 순이다. 문제는 택시 이용 불편과 관련한 민원이 매년 반복되고 있음에도, 과징금이나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는 전체의 10%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총 11만3989건에 이르는 민원 신고 접수 중 과징금이나 과태료,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는 9.5%인 1만842건에 그쳤다.

최근 모 중견기업 고문과 만났다. 예순이 넘은 그는 택시를 절대 타지 않는다고 한다. 시끄럽게 라디오를 켜거나, 쉬고 싶은데 자꾸 정치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이다. 몇 십 년 동안 변한 게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주위 여성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면 사태는 더 심각하다. 새벽에 택시를 탈 경우 현금을 내라고 강요하는 택시 기사들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카카오택시 등장에도 택시의 서비스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출발지와 도착지를 봐 가면서 기사들이 자기네에게 유리한 콜만 골라서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9월 20일 오전 8∼9시 서울·인천·경기 지역에서 카카오 택시 호출이 총 20만5000여 건 발생했다. 하지만 실제로 택시가 호출을 수락한 건수는 3만7000번에 그쳤다. 이 시간 수도권에서 카카오 택시 호출에 성공한 사람은 6명당 1명꼴인 셈이다. 결국 이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들 몫으로 돌아갔다.

최근 카풀 서비스를 추진하는 업계와 이에 반발하는 택시업계 사이의 갈등이 커져가고 있다. 택시업계는 생존권 보장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은 아예 택시 자체를 구경하기 힘들다. 이유는 간단하다. 택시 운전사들이 거리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사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아서라고 한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비 또는 눈이 오는 날, 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 운전기사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카풀 서비스 등장엔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기상이 좋지 않으면 안전 운전을 하면 되는 일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최근 서울시는 택시 기본요금을 현재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풀 등 공유경제 활성화를 의제로 내세운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주무 부처인 국토부도 택시업계의 반발에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수많은 카풀 관련 스타트업들은 문을 닫고 거리로 쫓겨났다.

‘택시를 타면 안전하고 편안하게 집 앞까지 모셔다 드립니다’와 같은 이미지를 택시 업계가 스스로 만들 것이란 기대를 하는 국민은 어디에도 없다.

이젠 혁신 성장을 외치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회에서 법 개정을 하지 않아서 힘들다는 정부의 목소리는 핑계에 불과하다. 정부가 앞장서 각종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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