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은 유통바이오부 기자
정부는 과거 의약분업을 시행하면서 대체 조제가 가능한 제네릭 시장의 진입 문턱을 한껏 낮췄고 제약사들은 너도나도 시류에 편승했다. 특히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시험에 대해 위·수탁 또는 공동 생동을 허용하면서 의약품 생산설비나 연구인력이 전혀 없어도 제약사가 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렸다. 그 덕분에 해마다 1000개가 넘는 의약품이 생동성을 인정받고 있다. 결국 영세 제약사들은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저렴한 원료에 손을 뻗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의약품 품질 저하뿐만 아니라 제약사 사이에 의약품 리베이트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는 등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제네릭 난립의 심각성은 ‘발사르탄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부각됐다. 문제가 된 중국 제지앙화하이(浙江華海)의 발사르탄을 사용해 회수된 고혈압약은 해외 각국에서 10여 개 품목에 불과했지만 우리나라는 115개 품목에 달했다. 발사르탄을 원료로 사용한 고혈압약만도 500개가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류영진 식약처장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제네릭 난립은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무분별한 제네릭 확산이 가져올 파장을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발사르탄 사태로 수많은 인력과 비용을 들이고 나서야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고질적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대응이다.
식약처는 보건복지부와 협의체를 구성해 위탁 및 공동 생동ㆍ약가제도ㆍ유통 등에 관한 종합적인 대응책을 내년 상반기까지 제시하겠다고 했다. 일단 약속을 했으니 제네릭 난립을 근본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올 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 다른 게 아니라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미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그러잖아도 자질 시비에 시달려 온 류 처장이 약사 출신의 전문성을 발휘해 이 문제만큼은 철저히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