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삼성에 들어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대규모 채용이 또 언제 있을지 모르거든요.”
21일 오전 8시 반 서울 강남 단대부고 앞은 수능 시험장을 방불케 하는 광경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학교 앞에는 입사지원자는 물론 부모와 가족까지 줄지어 모습을 드러냈다. 근처 수도권지하철 분당선 한티역에서도 20~30대 젊은이들이 무리를 지어 빠져나왔다. 이들 대부분이 ‘삼성 직무적성검사 고사장’이란 문구가 적힌 플랜카드 밑을 지나 시험장 안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날씨는 화창했지만 모두들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날 삼성그룹 대졸(3급)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위한 GSAT(Global Samsung Aptitude Test)가 열렸다. 시험은 서울과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뿐만 아니라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7개 지역에서 진행됐다.
이번 GSAT는 삼성 대규모 채용 계획 발표 이후 이뤄진 첫 시험이다. 삼성은 8월 향후 3년간 4만 명을 직접 채용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고 밝혔다. 애초 채용 규모였던 2만~2만5000명보다 최대 2만 명이 많아졌다. 이같은 대규모 채용이 사실상 처음인 만큼 많은 응시자들이 기대감을 갖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응시자는 “삼성에서 대규모 채용기획을 밝힌 것은 취업준비생들에게 반가운 일”이라며 “취업이 힘든 시기에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런 채용소식은 더 많은 지원자를 몰리게 한다. 경쟁률은 이전보다 더욱 높아질 것 같아 걱정이 든다”고도 덧붙였다.
GSAT는 약 115분 동안 치러졌다. 응시자들은 주어진 시간 내에 110문항을 풀고 하나둘 고사장을 나왔다. 출제는 언어논리(30문항, 25분), 수리논리(20문항, 30분), 추리(30문항, 30분), 시각적 사고(30문항, 30분)영역으로 구성됐다.
단대부고에서 시험을 마치고 나온 응시자들은 만났다. 이들 대부분 난이도가 무난했다고 다. 이정훈(28·남) 씨는 “대체적으로 평이했다”며 “특히 2교시 수리논리, 3교시 추리가 쉬운 편”이라고 말했다.
응시자들에 따르면 이번 시험에서는 AI, 반도체와 같은 삼성 주력 사업과 관련된 문제는 나오지 않았다. GSAT 시험을 두 번째 치렀다는 문 모씨(26·남)는 “예전처럼 삼성 관련 문제가 나올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AI나 낸드에 관련된 제시문이 없었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언어논리가 다른 영역에 비해 어려웠다는 반응도 나왔다. 시험을 마친 백지영(22·여) 씨는 “평소에 연습할 때 언어영역은 빠른 시간에 문제를 풀었다”면서도 “하지만 이번에는 어떤 문제집에서도 보지 못한 생소한 문제가 나와 문제 풀 때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이들 모두 긴장이 풀린, 홀가분한 표정으로 고사장을 서둘러 빠져나갔다.
삼성그룹은 GSAT 합격자를 대상으로 내달 초중순 면접이 진행되며, 최종합격은 건강검진 이후 12월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