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패권경쟁’ 본격화…미국, ‘데이터 TPP’로 대중 포위망 구축 노려

입력 2018-10-2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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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의 CBPR, 베트남·남미 등으로 확대 추진…중국·인도 등 추격에 미국 데이터센터 점유율 수년래 30%대로 떨어질 전망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데이터 이코노미’ 시대가 오면서 디지털 패권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21세기 경제를 좌우할 디지털 패권을 유지하고자 대중국 포위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진단했다.

미국 워싱턴에서 7월 열린 ‘미·일 인터넷 경제협력 대화’에서 제임스 설리번 미국 상무부 차관보 대리는 “자유로운 디지털 무역을 촉진하기 위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대체할 만한 틀을 미국과 일본이 주도해 만들자”고 제안했다.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탈퇴했던 TPP의 데이터 버전으로 볼 수 있는 구상을 미국 측이 제시한 셈이다.

국경을 넘어 기업과 개인 데이터를 자유롭게 주고받는 ‘데이터 TPP’의 바탕에 있는 것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국경간 프라이버시 규칙(CBPR)’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 일본, 캐나다 등만 참여하지만 미국은 이를 베트남, 대만, 남미 국가들까지 확대하려 한다.

과거 한 국가의 힘을 결정하는 것은 노동력이나 천연자원, 생산설비, 금융자본 등이었다. 그러나 이제 모든 나라가 경쟁적으로 데이터를 요구하고 있다. 인간 등은 쉽게 늘릴 수 없지만 데이터는 사용 방법에 따라 새로운 산업과 혁신을 창출, 매우 빠르게 국가 경제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20세기 국가 경제력의 바탕이 석유였다면 이제는 데이터 자원이 세계의 판도를 바꿀만하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미국이 대중 포위망 구축을 서두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터넷의 상업적 이용이 시작된 지 30년 만에 ‘데이터의 세기’가 펼쳐지고 있다. 인터넷 부문에서 선도자 역할을 한 미국은 세계의 데이터를 자국 서버에 모아 혁신적인 기술이나 서비스를 창출했다. 이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GAFA’로 불리는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닷컴이다. 이들 네 기업 시가총액은 10년 만에 10배 증가해 총 400조 엔(약 4072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부상으로 탄탄했던 미국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 시너지리서치그룹에 따르면 대형 데이터센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미국과 중국 일본 등 10개국이 전체의 80%를 과점하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40%로 선두를 유지하지만 사실상 ‘1강 체제’는 붕괴했다.

2위 중국은 인터넷 사용자가 9억 명으로 미국의 세 배에 달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국의 점유율은 수년 안에 30%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서방 선진국들도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려 한다.

미국은 무역 압박을 내세워 일본과 다른 환태평양 국가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중국 포위망을 완성해 디지털 패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전략인 셈이다.

한편 중국도 동남아시아에서 인도양, 아프리카까지 해저 케이블망을 구축해 자국의 디지털 세력을 확장하려 하고 있다. 이는 현대판 실크로드인 광역 경제권 구상 ‘일대일로’와 겹치는 시나리오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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