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서치센터장 8인 전망...“미 중간선거·G20 정상회담 등 대외 변수 예의주시”
일부 전문가들은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다며 지나친 낙관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외환보유고·기업실적 등 경제 펀더멘털이 견고한 만큼 증시가 곧 중심을 잡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
다만 미국 시장 금리 상승과 기술주 실적 우려 등 우리 증시에 영향을 줬던 불안 요소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미국 중간선거와 G20 정상회담 등 대외 변수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코스피 2000선 지지 전망… “박스권 장세 이어질 듯” = 이투데이는 31일 주요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을 대상으로 향후 증시 전망과 투자 전략 등에 대해 들어봤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KB증권, 대신증권 등 리서치센터장은 연내 코스피 하단 예상 밴더로 ‘1950~2000’을 제시했다.
당분간 코스피의 강한 반등은 어렵다는 데 센터장들 대부분이 동의했다. 최근 2000선을 회복한 것도 기술적 반등 성격이 강하며 추세적인 상승으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일부는 중국경기 부진과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저점을 확인하는 과정이 진행될 수 있다고 봤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2000선 회복에 성공했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박스권 횡보가 이어질 것”이라며 “당분간 2000선을 지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종목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수가 196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면서 “반등하더라도 지수는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긍정적인 전망도 있었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시적인 하락에도 불구하고 반등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최근 하락이 개인들의 투매에 의한 하락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반등세가 강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이번 하락세의 결정적인 요인은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와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와 경제성장 속도의 불일치 우려 등이다”라며 “해당 우려들이 해소될 경우 증시는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급락에 따른 부담감으로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연내 코스피 예상밴드를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밴드를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현재 증시는 바닥을 다지는 과정에 있다”면서 “의미 있는 반등을 위해서는 무역 분쟁 합의와 위안화 절상, FRB 긴축 기조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떠난 외국인 돌아올까… 그래도 믿을 건 기관 = 이달 외국인들은 4조 원 이상을 팔아치우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그동안 국내 증시 상승을 주도한 투자 주체는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2016년 2월부터 2년간 국내 주식을 26조 원 이상 사들이며 코스피 2500 돌파를 견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월 순매도로 돌아선 이후 코스피에서만 8조 원 넘게 ‘팔자’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외외국인의 ‘귀환’ 여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매도는 국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신흥국에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라며 “한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글로벌 경기 민감도가 높은 것은 맞지만, 글로벌 위험선호 심리 위축에 따른 비중 축소가 더 크게 작동하고 있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과거 경험했던 외환 측면의 펀더멘털은 매우 견고하며 실제 외환보유고는 과거 위기 당시에 비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이에 현재 상황에서 수급을 책임져 줄 곳은 역시 기관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실제 외국인과 개인이 모두 매도로 돌아선 가운데 기관만 매수에 나서고 있다.
◇공포에 떠는 개인투자자? = 이번 주가 급락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역시 개인투자자들이다. 공포에 질려 증시가 급락하던 최근 5거래일간 1조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당초 증시를 끌어내린 것은 외국인이지만 공포 심리로 인한 개인 투자자들의 투매가 이어지면서 추가 증시 하락이 이어진 셈이다.
문제는 빚을 내 투자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29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나온 증권사 반대매매 물량이 2000억 원에 육박했다. 특히 지난달 30일에는 하루 동안 무려 1000억 원가량의 반대매매가 쏟아졌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기록한 851억 원보다 160억 원이나 많은 규모로 사상 최대치다.
리서치센터장들은 개인 투자자들의 팔자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 반등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확신이 있어야 개인 매도세가 누그러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도 “개인들의 매도 물량이 담보 부족 등 레버리지 물량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관련 매물 소진까지는 매도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용잔고가 여전히 높은 부분이 개인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센터장은 “신용융자 청산 등 투매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변동성 확대 지속에 따른 신용융자 청산의 악순환이 반복된다면 매도세는 추가로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외 불안요소 여전… 11월 미 중간선거 등 확인해야 = 11월에는 미국 중간선거(11월 6일)와 G20 정상회의(11월 30일~12월 1일)에서의 미·중 정상회담이라는 중요한 정치 이벤트가 있을 예정이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여부 등이 결정되는 등 증시 방향을 가를 주요 변수들이 산재해 있다.
박 센터장은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할 경우 미중 무역분쟁 격화 가능성이 높아 변동성은 확대될 전망”이라며 “한국 증시에 가장 우호적인 시나리오는 하원을 민주당이, 상원을 공화당이 장악할 경우로, 미중 무역분쟁 완화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좀 더 구체적인 전망을 내놓는 경우도 있었다. 조 센터장은 “11월 중간선거는 상원 공화당, 하원 민주당 장악이 예상된다”면서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외교정책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며 시장 예상에 가장 부합하는 선거 결과로 시장 변동성은 다소 누그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센터장은 “11월 미국 중간선거는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정책 기대감을 높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라며 “11월 11일 광군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글로벌 소비시즌 돌입도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안심리를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G20 정상회의에서의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다. 이 센터장은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중국 경기둔화 이슈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교착 상태의 장기화를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신 센터장은 “결과에 따라 진정 또는 변동성 확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