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무역 분쟁·기업 성장 둔화 불안 ‘3중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월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5조 달러(약 5700조 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주요 증시를 종합한 FTSE올월드인덱스가 지난달 7.55% 하락했다고 전했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 당시인 2012년 5월 9.35% 하락 이후 최대 낙폭이다.
뉴욕증시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지난달 각각 5.1%, 6.9% 떨어졌다. S&P500지수에서 증발한 시총 규모만 1조9100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S&P500지수는 기술적 지표인 200일 이동평균선 밑으로 내려갔고 최근 고점인 9월 21일 이후 10% 이상 하락, 조정장세에 진입했다.
주식은 물론이고 채권 가격까지 같이 붕괴되면서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됐다. 변동성이 심한 환경에서 포트폴리오를 안정시키기 위해 국채를 사들였던 투자자들은 10월 시장에서 더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초 2.4% 수준에서 지난달 3.2%대까지 올랐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픽텟자산운용은 포트폴리오의 60%가 주식자산이고 40%가 채권인 일반적인 투자자의 경우 지난달 자산의 3% 이상을 잃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루카 파올리니 핏텟자산운용 수석 투자전략가는 “2008년에 마지막으로 봤던 정도의 급격한 손실이 나타난 것”이라며 “1990년과 2001년, 2002년의 변동성 장세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자산의 75% 이상을 채권에 분배하고 주식 비율이 25%인 안정적인 성향의 투자자들 역시 10월 포트폴리오에서 2% 이상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파올리니는 “(주식은 물론 채권까지) 투자자들이 숨을 곳이 없다”며 “변동성이 강했던 기간 중에서도 올해는 최악의 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매디 데스너 JP모건자산운용 매니징디렉터는 “모두의 속이 뒤틀리는 한 달이었지만 펀더멘털은 여전히 건강하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밝혔다.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미국과 유럽 기업 중 연간 실적 전망치를 하향한 곳은 소수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반면 일부 투자자 중에는 장기간 지속된 미국 증시 호황이 끝났다는 극단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유럽 증시 벤치마크인 유로스톡스600지수의 6%대 급락이 세계 경제성장 둔화에 비춰봤을 때 적절한 수준이라고 논평했다.
블랙록의 리처드 터닐 수석 투자전략가는 “미래 기업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런 불안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