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영 부국장 겸 유통바이오부장
프랜차이즈업계의 스타 오너로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를 빠뜨릴 수 없다. 각종 TV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인기를 누려온 그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새삼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는 이번 국감장에서 음식 장사, 자영업 시장에 대한 소신과 철학을 드러내면서 ‘프랜차이즈 대부’, ‘자영업자의 멘토’로 칭송받기까지 했다. 최근 새롭게 시작한 TV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위생 원칙, 손님을 대하는 서비스, 독자적인 레시피로 맛내는 법 등 영업의 기본과 상식적인 내용을 알려주는 수준이다. 하지만 미처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상태로 외식업을 시작한 자영업자들에게 ‘마법’처럼 작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을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의 개척자로 꼽고 싶다. SPC가 운영하는 대표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 조기 퇴직해 앞길이 막막하던 이들이 창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창업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만 해도 제빵 기술이 없는 사람은 빵집을 차릴 엄두를 낼 수 없던 시절이었다. 이에 파리바게뜨 본사는 표준화한 제빵 기술을 창업자들에게 전수하여 손쉽게 빵집을 차릴 수 있게 했고, 국내 베이커리업계의 전반적인 식품 위생 수준을 높였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이 프랜차이즈업계 오너들에 대해 갖는 이미지는 이런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가맹점주들에게 갑질 횡포를 일삼는 탐욕 집단’, ‘오너가 제왕적으로 군림하는 비도덕적인 집단’ 같은 어두운 그림자가 더 크다. 봉구스밥버거, 교촌치킨, 미스터피자, 호식이두마리치킨, 바르다김선생 등 오너가 불공정 및 갑질 행위로 문제를 일으켜 업체들에 낙인이 찍힌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앞서 예로 든 스타 오너들 역시 좋은 점만 부각된 것은 아니다.
bhc 점주(bhc가맹점주협의회)들은 본사가 과도한 마진을 남긴다고 비난하며 본사를 사기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최근 bhc 본사의 잇단 폐점 통보로 본사와 가맹점주 간 갈등을 빚고 있다. SPC그룹 역시 제빵기사 고용을 둘러싸고 홍역을 치른 데다 허 회장 아들의 부적절한 행실 등이 불거져 이미지가 실추됐다. 백종원 대표도 문어발식 확장으로 ‘골목상권 침해자’라는 비난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프랜차이즈업계의 순기능보다 갑질이 더 크게 부각되는 이유는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국내에서 우리 동네 치킨집, 빵집, 피자집 매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웃 같은 점주들이 당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 소비자들이 쉽게 공감하기 때문이다. 또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 규모는 150조 원, 등록된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4000개가 넘을 정도로 급팽창하는데도 정작 오너를 비롯한 가맹본부는 커진 덩치를 실감하지 못하고 아마추어적인 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 같은 비난과 시장 포화 우려 속에서도 여전히 개인 창업보다는 프랜차이즈 창업을 선호하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창업 3년 후 생존율로도 개인 점포는 58%인 반면, 가맹 점포는 73%로 더 높게 나타나(서울시 조사) 프랜차이즈가 개인 창업보다 안전하다는 사실이 입증돼 있다.
백종원 대표는 “업에 뛰어들 때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가 안 된 창업주는 실패하기 때문에 쉽게 들어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프랜차이즈는 학원이다. 외식업에 대해 잘 모르는 점주들에게 세무, 위생, 노동 등을 알려준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오너도 1개 매장 점주로 시작해 오너가 됐다. 창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철저한 준비를 거쳐 매장 문을 열 수 있도록 적극 도와주는 정책과 프로그램이 이제는 정말 마련돼야 한다. h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