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암호화폐) 광풍과 함께 수많은 거래소가 탄생했지만, 하나둘씩 사업에 실패하면서 신생 거래소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급격히 늘어난 소형 거래소들 중 해킹과 대표의 배임횡령, 규정을 위반한 금융상품 판매 등으로 사업을 폐업하거나 폐업 위기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 사이에선 신생 거래소 사용에 불안을 느끼는 ‘신생 가상화폐 거래소 포비아(공포증)’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무모한 금융상품, 부메랑으로 = 가상화폐 투자 펀드를 선보였다 금융 당국의 ‘수사기관 통보’라는 경고를 받은 신생 가상화폐 거래소 지닉스는 폐업을 결정했다.
13일 지닉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최근 불거진 암호화폐 펀드상품 출시와 관련된 이슈로 인해 앞으로 지속적인 거래소 운영이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며 11월 23일부로 서비스를 중지한다고 밝혔다. 서비스 종료일까지 투자자들은 자산을 인출해야 한다.
지닉스는 5월 설립한 신생 거래소다. 9월 암호화폐 펀드인 ‘ZXG 크립토펀드 1호’를 공개했다. 당시 출시 2분 만에 1000이더리움을 모집하는 등 호응을 컸으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4일 집합투자(펀드) 성격을 띄고 있으면서 관련 법인 자본시장법을 따르지 않아 위법하다고 결론 내리면서 압박을 받아왔다.
금융 당국이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했다는 소식에 2호 펀드 출시를 취소하면서 “1호 펀드는 계속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결국 사업 지속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최종적으로 폐업을 선언했다.
앞서 지닉스 측은 해명자료를 내 “펀딩은 지닉스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졌으나 지닉스가 아닌 해외 운용사가 모집과 토큰 발행을 했기에 토큰의 소유권은 지닉스에 없었다”며 “10억 원이라는 자금 모집 규모로 신고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기에 투자증권에 대한 신고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거래소 대표가 배임·사기 연루 = 지난해 출범한 거래소 중 비교적 활발하게 사용자를 모았던 코인네스트는 대표가 투자금을 사취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거래량이 급감한 경우다. 현재 일일 거래량이 16BTC(13일 오전 코인힐스 기준) 정도로 글로벌 순위 164위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지난달 18일 특경법상 배임 및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코인네스트 대표 김모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30억 원을 선고했다. 김 씨와 범행을 공모한 임원 홍모 씨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0억 원이 선고됐다.
법원에 따르면 김 씨와 홍 씨는 실제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서 전산상으로 가상화폐가 있는 것처럼 ‘허위충전’해 투자자를 속이고 고객 예탁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2018년 1∼2월 개인 명의 계정에 가상화폐를 허위 충전해놓고 고객들이 가상화폐 매수 주문을 내면 실제 거래가 이뤄진 것처럼 꾸민 것으로 조사됐다. 고객 입장에서는 실제 존재하지도 않는 가상화폐를 구매한 셈이다.
이런 방식으로 450억 원 상당의 가상화폐가 허위로 거래됐으며 김 씨 등은 이렇게 빼돌린 고객 예탁금 가운데 336억 원을 개인 계좌로 빼돌린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고객들에겐 실제 가상화폐를 사고판 것처럼 정보가 전달됐지만, 만약 고객이 허위로 주문이 체결된 점을 알았더라면 매수에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기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해킹으로 사업 중단 위기 = 코인레일(coinrail)은 해킹 피해를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전가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6월10일 해킹으로 350억 원 상당의 물량을 도난당한 코인레일은 피해자들에게 현금이 아닌 자체 발행 토큰으로 보상해 논란을 일으켰다.
코인레일은 해킹된 고객 자산에 대해 ‘레일(RAIL)’이라는 코인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고객 대부분은 레일 코인을 팔고 이탈해, 현재는 일일 거래량이 10BTC(7200만 원) 이하로 이뤄지고 있다. 사실상 거래소 기능은 상실한 셈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 사업이 돈이 된다는 생각에 너도나도 뛰어들었지만, 기업 윤리적·기술적 성숙함이 부족한 함량 미달의 사업자가 많았다”며 “향후 몇 년간 계속해서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