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낮춘 증권사들
이제 2019년을 한 달여 앞두고 증권가에서는 내년 시장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기대보다는 불안감이 더 큰 상황이다. 특히 올해 빗나간 전망을 의식한 듯 눈높이가 확 낮아진 모습이다.
최근 내년 증시 전망에 나선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부분 증권사들이 대동소이한 전망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섣불리 튀는(?) 전망을 했다가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증권사들이 14일 현재까지 내놓은 내년 코스피 지수 예상 등락 범위는 1850~2530 수준으로 대부분 증권사들은 내년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코스피 최저점 ‘1850선’ 전망 = 매년 10월이면 증권사들은 이듬해 연간 전망을 내놓기 시작한다. 11월 초쯤이면 대부분 증권사들이 각종 포럼과 세미나를 통해 고객들에게 내년 투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그러나 올해 증권사들은 다소 늑장(?)을 부리는 모습이다. 현재(14일 기준) 10여 곳의 증권사들만 내년 증시 전망을 내놨다. 증권사들이 내년 증시 전망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내년 증시 역시 올 하반기 국내 증시를 압박했던 요인들로 인해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내년 증시가 185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미·중 간 패권 경쟁 양상으로 올해 불확실성 지수가 급등하면서 글로벌 시장 변동성 확대를 유도했다”면서 “세계 경기 개선에 대한 확신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코스피는 사상 최저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보인다”며 “내년 1분기까지 경계 요인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크게 미칠 것”이다고 내다봤다.
신한금융투자뿐만 아니라 SK증권을 제외한 대부분 증권사들이 1900~1950선을 하단 밴드로 제시하고 있다. 내년 코스피가 190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 KB증권은 “미·중 무역분쟁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리스크 요인이며 기업 이익도 소폭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 현시점에서 내년 증시에 후한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내년에 가능성은 낮지만 ‘밸류 트리거(촉발 요인)’를 발동할 매출, 환율 등의 이슈가 대기 중”이라고 덧붙였다.
NH투자증권도 “올해 증시의 최대 이슈였던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의 통화긴축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코스피 예상 밴드로 1950~2400선을 제시했다.
이창목 리서치센터본부장은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의 통화긴축 중 한 개라도 해소가 된다면 시장이 좋아지겠지만 현재로서는 무리가 있다”며 “연준의 긴축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상수로 보고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권사들, 상반기보다 하반기 우호적… “박스권 움직임 보일 수도” = 그나마 내년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우호적인 증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증권사들은 전망했다.
대신증권은 “글로벌 경기 둔화, 중국 부채, 이탈리아의 재정과 브렉시트 협상 불확실성, 기업이익 모멘텀 같은 주식시장 리스크는 내년 1분기까지 지속하겠지만 영향력은 점진적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반영해 올해 순이익 0% 성장을 가정할 경우 연말까지 코스피 하단은 1920∼1960선으로 추정되며 1950선 이탈 가능성은 낮다”면서 “밸류에이션을 회복한다면 내년 코스피 상승 여력은 2340까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하반기 증시가 회복세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박스권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란 의견도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내년 1분기에는 무역분쟁 심화 속에 금리 정책과 경기 관련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고 달러 강세 압력도 이어져 정책 불확실성이 완화하는 2분기가 주가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업 실적 역시 1분기까지 감익 추세가 이어지다 2분기에 분기점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3분기 이후는 주가 복원 과정 후 박스권 형성 국면으로 본다”며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2020년 정책 기조와 경기 확장세 감속 여부에 대한 확인 과정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투자도 “미·중 무역전쟁에 다른 세계 교역량과 국내 수출 위축으로 기업 매출이 정체될 것”이라며 “코스피는 2013∼2015년의 박스권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며 ‘N’ 자형 패턴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