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임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비대위 전북지회장은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 때 머리에 헤드랜턴을 쓰고 등장했다. 또 14일 열린 '사립유치원 이대로 지속 가능한가' 토론회에서 현진권 전 자유경제연구원장은 "정부 지원금으로 명품백을 사는 것은 죄가 아니다"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국정감사 때 등장한 헤드랜턴은 저희에겐 호재였어요."
비영리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의 장하나 대표는 기자의 예상과 정반대로 '호재'라는 표현을 썼다. 보도 이후 국민의 관심이 일주일만 이어져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한 달 가까이 이슈가 되고 있는 것에 감사하다는 것.
15일 오전 서울 NPO지원센터에서 만난 그는 "한유총과 한유총을 옹호하는 자유한국당의 적은 그들 자신"이라면서 "계속 이슈를 만들어주니까 '유치원 3법'에 대한 국민 관심이 사그라지지 않고 유지된 것 아니겠냐"고 가볍게 웃었다.
전날 열린 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거친 발언이 어지면서, 한유총과 유치원 3법 키워드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이날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은 "박용진 유치원 3법은 우물 빠진 사람 구하니 동냥자루 내놓으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말했고, 현진권 전 자유경제연구원장은 "정부 지원금(누리과정 예산)은 학부모에게 주는 돈이기 때문에 이를 받은 사립유치원이 어디에 쓰든 자유"라고 언급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유총이 주장한 바와 달리 유치원은 현행 사학법상의 사학기관으로 분류돼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을 적용받는다. 이 때문에 학부모에게 받은 원비와 정부 지원금을 유치원 원장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다. 규칙 제 4조·제 6조·제 21조에 따라 정부지원금과 학부모의 원비는 유치원 회계로 편성되고, 이는 교비와 인건비를 포함한 운용비로만 사용토록 명시돼 있다.
장 대표는 일부 의원들의 자극적이고 거센 발언이 정치적 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유치원 비리 사태를 바라보는 그들의 진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유총과 자유한국당 의원 같은 시장주의자들은 자유민주주의의 자유를 사람의 자유가 아닌 자본의 자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서 "한 아이의 교육을 책임지는 유치원이라는 기관을 시장의 논리로 접근하기 때문에 비리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이라는 공공의 영역에 속한 기관은 국가가 설립을 맡아야 한다"면서 "사립유치원의 모든 것을 민간에 위탁하니까 이런 비리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유치원 감사 결과에 대해 '비리의 일상화'라고 일침했다. 일부 원장들이 성인용품을 구매했다면, 나머지 상당수 원장들은 유치원 지원금으로 본인의 생활용품을 구매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의 식재료 주문 명세서에는 맥주와 막걸리 박스는 물론 술안주인 골뱅이 통조림 박스도 버젓이 포함돼 있었다는 것.
한 원장은 딸 소유의 야산을 유치원 체험장으로 지정하고, 아이들 '숲 이용료' 명목으로 매월 900만 원을 딸 통장으로 입금했다. 해당 야산은 경사가 심해 성인들도 쉽게 오르지 못하는 곳이었다. 또한, 교구 납품 회사나 식재료 회사를 원장 가족들이 차리고 돈을 빼돌리는 곳이 허다했다.
장 대표는 "이렇게 비리로 많은 돈을 축적한 사람들이 자신들을 교육가라고 칭하는 것을 보면 분노가 솟구친다"면서 "지금 유치원들이 서로 폐원하겠다고 난리인데, 적자가 날 것 같다고 당장 내년부터 문을 닫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무슨 교육가냐"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학교, 고등학교가 적자라고 문 닫는 경우는 없다"면서 "애초부터 원장들이 교육을 목적으로 세운 곳이 아니라고 자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가 유일하게 의지하는 것은 국민의 관심이다. 현재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3법, 일명 '유치원 3법'은 여야 갈등으로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유치원 비리 문제의 첫 언론 보도 이후 국민의 관심으로 여기까지 왔다"면서 "우리는 법 통과를 위해 국회나 정부에 촉구하는 것이 아니라, 의원들을 평가할 수 있는 국민에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장 대표가 강조한 것은 '당사자 정치'였다. 그는 19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엘리트 정치의 한계를 직접 느꼈고, 이를 극복할 방법이 정책 당사자들이 직접 하는 정치라고 생각했다는 것.
장 대표는 "기본적으로 돈도 많고, 학벌도 좋은 엘리트들이 정치인이 되는데, 이들이 과연 평범한 시민들의 삶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면서 "유치원 비리가 터져도 이들 자녀는 비싼 영어 유치원에 가기 때문에 그들은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엘리트 정치인들은 비정규직 문제, 유치원 문제, 저출산 문제를 추상적으로 상상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엉뚱한 해법이 나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제는 시민들 모두가 정보 접근권을 갖고 있고, 정치를 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있어서 엘리트 정치인이 필요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에게 달린 타이틀은 전 19대 국회의원, '정치하는 엄마들' 대표, 시민운동가, 그리고 엄마까지 총 4가지다. 이 가운데 그가 유치원 3법을 위해 계속 싸울 수 있게 만드는 타이틀은 '엄마'다. 그가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저도 엄마이니까, 그리고 당사자이니까 이 문제가 눈에 보여요. 정책은 당사자가 직접 만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