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디 시스템을 고안한 건 우리지. 자네가 아니야. 자네가 대체 무슨 아이디어를 냈지? 하나라도 말할 수 있나?"
"내가 승리의 콘셉트를 고안했지."
영화 '파운더'를 관통하는 질문은 하나다. 누가 맥도날드의 설립자인가. 패스트푸드 시스템을 만든 개발자와 프랜차이즈 사업을 성공시킨 기업가. 누가 진정한 맥도날드의 주인인지는 관객의 판단에 맡긴다.
52세의 한물간 영업사원 레이(마이클 키튼 분)는 밀크셰이크 믹서기를 팔러 전국 곳곳을 돌아다닌다. 그러다 주문한지 30초 만에 햄버거와 콜라를 손에 쥐여주는 혁신적인 식당 '맥도날드'를 발견한다. 레이는 식당 주인 맥도날드 형제에게 프랜차이즈 사업을 제안하고, 로열티 한 푼 주지 않은 채 맥도날드에 관한 모든 것을 빼앗는다.
맥도날드 형제가 맥도날드를 만들 수 있던 배경은 '혁신'이었다. 형제는 레이에게 성공 비법을 공개하며 이같이 말한다. "우린 평생 누군가의 아이디어에 의존해왔다. 이젠 우리만의 아이디어로 진짜 혁신을 일으키자고 생각했고, 이 생각이 30분이 아닌 30초 만에 음식이 나오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우린 미쳤었다."
물론, 맥도날드 형제의 혁신을 '사업'으로 만들어준 것은 레이다. 철저하게 비용만을 계산했고, 비용 감축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막대한 전기료가 들어가는 아이스크림 냉장창고 대신, 냉장이 필요 없는 밀크셰이크 파우더를 들인다. 메뉴판 제작 협찬을 받고, 메뉴판 밑에 코카콜라 글자를 새겨준다. 매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업가, 성직자, 군인을 만나면서 투자 홍보를 이어간다.
이때 '혁신성'과 '사업성'이 부딪힌다. 혁신 속에서 품질을 추구하려는 맥도날드 형제와 사업에서 품질을 빼고 이익만 남기려는 레이의 갈등은 점점 극에 달한다. 그러다 우연히 은행에서 만나게 된 재무 전문가 헤리 손느본(비제이 노박 분)에게 '부동산'이라는 해법을 받으면서, 레이의 승리로 싸움은 끝이 난다.
"땅이 돈이 된다. 땅을 매입하고 그 위에 더 많은 지점을 세워라. 점주는 당신에게 땅을 임대하는 조건으로 맥도날드를 세울 수 있다. 더 중요한 건 점주에 대한 통제권을 갖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은행과 지점 모두 한 손에 쥘 수 있다. 맥도날드 형제들까지."
레이의 부동산 전략은 우리나라에서는 '맥세권'이라는 말을 형성하면서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맥세권은 맥도날드 배달 서비스가 가능한 범위와 걸어서 맥도날드를 갈 수 있는 범위를 이르는 용어다. 맥세권의 땅값은 매년 상승하는 추세고, 해당 점주는 지점의 땅을 소유한 맥도날드 본사와 갑을 관계에 처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맥도날드는 세계에서 부동산이 가장 많은 프랜차이즈다. 맥도날드는 미국의 교차로와 모퉁이에 위치한 가장 비싼 땅을 대부분 소유하고 있고, 전 세계 다른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다. 레이가 맥도날드 형제들에게 자신이 만들었다고 당당히 주장하는 승리의 콘셉트는 바로 '부동산'과 일맥상통한다.
영화 말미에 레이는 맥도날드 1000호점 오픈 행사를 마치고 감회에 젖은 표정으로 매장을 바라본다. 이때,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에게 명함 한장을 건네고, 회사로 연락하라는 건방진 멘트를 남기고 사라진다. 기자가 받은 명함에는 '파운더 레이'가 굵은 글씨로 박혀있다.
맥도날드 대표 상품 빅맥의 이름을 딴 '빅맥지수'는 전 세계 물가수준과 통화가치를 비교하는 기준이다. 맥도날드 상징물 모양인 골든아치 이름을 딴 '골든아치 이론'은 맥도날드가 입점한 국가 간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국제 관계를 평가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상징이 된 맥도날드. 맥도날드의 설립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판단은 맥세권 땅값이 계속해서 오르는 한, 레이로 기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