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보다 앞선 기술 홍보 필요... “액비 유통규제 빨리 해소해야”
당시 한돈협회 사무국장이자 고령지부장을 맡았던 이기홍 국장(현 부회장)은 자신이 소유한 5~6개 돼지농장에서 나오는 분뇨로 액체비료(액비)를 만들어 경종농가에 뿌리기 시작했다. 현재는 고령군의 35호 농가 중 80%가 액비를 생산하는 고령액비유통센터로 발전했다. 19일 한돈협회 고령지부 사무실에서 만난 이 부회장은 “2011년만 해도 고령에 액비 시설이 없었는데 갑자기 해양투기가 중단되니 액비 자원화밖에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액비 유통을 위한 탱크로리 2대는 이 부회장이 사업 초기 직접 구매했고 2대는 고령군의 지원을 받아 1대씩 마련했다. 현재는 하루 기준 100~200톤, 평균 150톤의 액비가 고령군 경종농가에 뿌려진다. 고령에선 비닐하우스에 원예작물을 많이 기른다. 딸기나 참외 등을 비롯해 벼농사, 보리 등 수많은 작물에 액비를 뿌려주고 있다. 벼농사를 하는 김도중 씨는 “액비를 뿌리면서 화학비료 사용량이 50% 줄었고 수확은 30% 늘었다”고 강조했다.
액비를 뿌릴 때 돈은 따로 받지않고 유통처리비로 톤(t)당 1만 원에서 1만1000원을 받는다. 수익은 따로 없고 직원 4명의 월급을 주는 수준이다. 애초부터 수익사업을 위해 만든 센터가 아니고 액비 자원화를 위해 만든 시설이기 때문에 운영상의 어려움은 없다. 이 부회장은 액비 유통과 관련해 규제가 너무 많다고 하소연했다. 예를 들어 A 돼지 농가가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처리시설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현행법상 A 농가에서 나온 액비는 확보한 부지에만 뿌리게 돼 있다. A 농가 액비를 다른 부지에 뿌리면 고발조치 된다. 그냥 농사만 짓는 사람이 액비 유통시설을 갖추면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또 등록된 필지에 뿌리는 것도 허가를 받는 데 보름이나 걸린다. 자칫 허가를 기다리다 파종 시기를 놓치는 일도 있다.
이 부회장은 최근 견학차 다녀온 독일의 사례를 들면서 아직도 액비가 냄새가 많이 난다는 민원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독일은 분뇨를 미생물로 분해하는 시설이 없어서 논에 생 분뇨를 뿌려서 냄새가 많이 난다”며 “우리는 미생물로 숙성해서 냄새가 안 나는 걸 뿌린다는 점을 농식품부나 농업기술센터가 홍보를 많이 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