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 지사는 SNS에서 “제 아내를 고발한 측은 아내가 트위터 계정주이고 그 트위터로 (준용 씨) 특혜 취업 의혹 글을 썼으며 그 글이 죄(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가 된다”면서 “따라서 아내의 변호인으로서는 자신(김씨)이 계정주가 아니며 특혜 의혹 글을 쓰지 않았음을 밝히는 동시에 그 글이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법적으로 입증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자신과 자신의 아내는 물론 변호인까지 준용 씨가 억울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 지사가 준용 씨를 언급했다는 사실 자체는 본격적으로 프레임 싸움을 시작했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
프레임의 기본은 네이밍에서 출발한다. 복잡하지 않고 공분을 자아낼 수 있는 문제를 간결하고 명료한 네이밍을 통해 사회에 던짐으로써 프레임을 만들고, 이런 프레임 속으로 상대를 끌어들여 싸움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프레임 싸움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상대 측 역시도 프레임을 만들려고 하지만, 상대방의 전략에 휘말려 프레임을 만들지 못할 수도 있고, 프레임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상대방의 프레임에 비해 약한 프레임이면 프레임 싸움에서 상대에게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특정 사안이 프레임 싸움으로 변질되면, 일반 국민은 진실 여부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프레임으로 사안을 보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선 진실 여부를 가리는 것은 2순위가 돼버린다.
여기에 또 하나 중요한 점이 있다. ‘프레임 싸움’을 만들어 버리면, 이와 관련된 다른 싸움도 같은 프레임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지사와 같이, 여러 종류의 송사와 다양한 의혹에 휘말릴 때는 이런 프레임 싸움이 필요한 것이다. 프레임을 만드는 데 성공하면, 문제의 종류는 달라 보여도 그 근본은 똑같다는 논리를 보다 설득력 있게 주장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진실 게임을 ‘가해와 피해’의 구도로 만들 수 있다.
이런 이 지사의 의도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이 지사의 탈당 혹은 제명 요구가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만일 이 지사의 프레임 전략이 먹혀들지 않았다면, 민주당 내 주류의 입에서 이 지사를 오히려 주목하게 만드는 발언이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이제 문제는 이 지사가 이런 상황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느냐이다. 일단 프레임을 만드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그 프레임의 유지는 다른 문제이고, 그 유지 여부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지사가 준용 씨에 대해 다시 거론함으로써 주류들은 도를 넘고 선을 넘었다고 반발하고 있는데, 이런 주류 측의 반발을 자신이 만든 프레임에 유리한 요소로 만들 수 있느냐의 여부에 우선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는, 이 지사에 대한 탈당 혹은 제명 요구에 이 지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를 주목해야 한다. 만일 이 지사가 당내 주류들의 탈당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자신이 만든 프레임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이 지사의 프레임은 자신이 당내 주류에 의해 압박받고 있다는 것인데, 탈당하게 된다면 이런 프레임이 유지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 지사는 제명을 당하면 당했지, 스스로 탈당할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싸움과 갈등 구조에 관심이 가는 이유는, 이 싸움이 차기 대선 구도와도 밀접한 관련성을 갖기 때문이다. 만일 프레임 싸움에서 이 지사가 이긴다면, 이 지사는 유력 대선주자로 우뚝 서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친문(親文) 세력의 입지는 상당히 위축될 수 있다.
반대로 이 지사가 패배하면 박원순 시장이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남게 될 것이다. 이런 변화는 전체적인 정국을 흔들고도 남는다. 이런 지각 변동은 이번 싸움의 결과를 통해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