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기능’ 상실한 정부... ‘서민 패싱’ 우려 역설
◇새마을금고 감독 요청 주체는 ‘행안부’ = 현행 새마을금고법은 금고와 중앙회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 권한을 ‘간접적’으로 명시하고 있을 뿐이다. 행안부는 금융당국에 협의 혹은 지원요청을 통해 감독 및 감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사실상 행안부의 요청 없이는 금융당국이 직접 금고와 중앙회를 들여다볼 수 없는 ‘독소조항’이 됐다. 금융당국 관계자가 “새마을금고는 살펴보기 어렵다”고 말한 배경이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2009년 6월 당시 한나라당 이은재 의원이 감독요청의 주체를 ‘금융당국’으로 지정해 금고와 중앙회에 대해 직접적인 행사가 가능하도록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2012년 5월 임기만료로 법안은 폐기돼 여전히 새마을금고는 금융당국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다. 당시 의원들이 새마을금고에서 나올 표를 의식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후 금융당국을 감독 주체로 법안에 넣으려는 시도는 지지부진하다가 2016년 7월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다시 불이 붙었다. 법안은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사업을 은행법의 적용을 받도록 하고 감독 권한을 금융위에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소관위 심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2년 가까이 계류하고 있다. 이 법도 앞선 개정안들이 그렇듯 국회의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품앗이 금고…“금융당국 개입 안 돼” = 새마을금고가 금융기구로 발돋움한 시점은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전개되면서다. 당시 정부 지원으로 급격하게 규모가 팽창했다. 이전까지는 100명도 채 되지 않는 회원이 모여 예탁과 출자가 이뤄졌다. 사실상 조합원끼리의 ‘품앗이’ 성격이 강했다. 지금은 본래의 목적이 퇴색됐지만, 새마을금고는 이익이 아닌 지역사회에 이바지한다는 목적으로 출범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새마을금고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의 개입을 강하게 비판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새마을금고가 ‘서민금융’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시중은행에서 대출받지 못하는 지역의 서민들이 새마을금고 덕을 보고 있다는 의미다. 행안부 역시 금융당국이 직접 개입할 경우 새마을금고가 건전성 관리에 치중해 자칫 서민을 외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새마을금고 본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주장이 계속 관철되는 바람에 운영의 미비점이 드러났고 각종 사고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새마을금고는 선(善)한 의도로 시작했지만, 이권 다툼의 ‘콜로세움’으로 전락하면서 그 의도가 가려져 있다. 실제로 새마을금고가 지역사회발전에 이바지한 사례는 많지만 대부분 사건·사고 그늘에 가려 잘 나타나지 않는다. 새마을금고 발전을 위해서라도 부실을 차단할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안은 새마을금고중앙회를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으로 넣는 방법이다. 법률개정이 필요하지만 금융당국이 있는 정무위원회로 넘기는 것보다 현실적이다. 농협과 수협과 비슷한 방식인 것이다. 농협(중앙회, 은행, 금융지주 포함)과 수협은행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농림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직속 피감기관이다. 이 경우 국정감사에서 새마을금고와 중앙회를 더 면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현재 새마을금고는 행안부를 통해서가 아니면 볼 수 없게 돼 있다. 행안위 소속 한 여당 관계자는 “금융당국으로 이첩하는 것보다 이 대안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