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천 사회경제부 기자
지난달 29일 김명수 대법원장의 출근 차량에 화염병을 던진 남모 씨가 구속됐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던 남 씨는 김 대법원장의 관용차량이 들어오는 순간 차를 향해 인화물질이 든 페트병을 던져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검찰은 28일 곧바로 남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다음 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영장을 발부했다.
구속영장 청구부터 발부까지 모든 절차가 전광석화였다. 그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자행된 ‘사법농단’ 의혹 수사를 지켜보던 입장에서 그 속도감이 더했다. 지금까지 의혹에 연루된 관계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쉬이 청구되는 것을 보기 어려웠다. 검찰은 청구한 영장 중 열에 아홉은 기각됐다고 토로했었다.
지난달부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며 ‘윗선’으로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물론 구속된 남 씨와 사법농단 연루자들의 즉각적인 위험성과 혐의의 복잡성 등을 따져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 특히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 사법부의 발 빠른 대처는 당연하다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나 일찍?’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도는 것은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수사 조차도 어렵게 진행되는 것을 보고 있기 때문일까.
지난달 박병대ㆍ고영한 전 대법관을 여러 차례 소환해 조사한 검찰은 3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임 전 차장의 상급자인 이들은 사법농단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받는다.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 여부는 의혹의 ‘정점’인 양 전 대법원장의 수사로 이어지는 중요한 길목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더는 ‘제 식구 감싼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이유가 없다.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사법부의 노력이 현실로 나타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