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미 장관, “가정폭력 심각한 범죄…외면 말고 적극 개입해 달라”

입력 2018-12-0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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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아파트 살인사건‘ 피해자 딸 청원 답변….현행범 체포, 유치장 유치 등 즉시 격리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10월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소재 한 카페에서 가정폭력으로 어머니를 잃은 세 자매를 만나 위로했다. (사진제공=여성가족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7일 “가정폭력은 심각한 ‘범죄’다. 주변에서도 외면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주셔야 한다”며 “가정폭력 대책, 가장 강력한 변화는 실질적인 가해자 즉시 격리 방법이 마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진 장관은 이날 ‘강서구 아파트 살인사건 피해자의 딸입니다’는 제목의 청원에 대해 답변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이 청원은 지난 10월 아버지에 의해 어머니를 잃은 딸이 아버지를 ‘사회와 영원히 격리시켜달라’는 내용으로 한 달간 21만4306명이 동참했다.

청원에서 피해자의 딸은 아버지가 심신미약을 주장해 제대로 처벌받지 않을 것을 걱정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범죄사실 확인과 처벌은 사법부의 몫이고, 심신미약 관련 부분은 다른 청원 답변으로 전할 예정이다”며 가정폭력 현황과 정부의 대책을 살펴보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답변에 나선 진 장관은 피해자의 딸들을 직접 만난 얘기를 전하며 “피해자 가족들은 아버지에 의해 이런 일을 또 겪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엄청난 공포심에 떨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진 장관은 “지금까지 가정폭력은 ‘가정을 유지해야 된다’는 생각 안에서 ‘가급적이면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 것이 맞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동안 실제로 피해자 보호조치가 많이 부족했고, 청원을 계기로 신중하게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청원을 계기로 정부는 지난달 17일 ‘피해자 안전 및 인권보호’, ‘가해자 처벌 및 재범방지’, ‘피해자 자립지원’, ‘가정폭력 예방 및 인식개선’ 등 네 가지 영역으로 나눠 가정폭력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진 장관은 이번 대책에 담긴 가장 강력한 변화로 피해자와 가해자를 즉시 격리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이 마련된 점을 꼽았다. 이번 대책에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바로 가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도록 하고, 가해자를 ‘유치장에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담겨있다. 또 가해자가 ‘접근금지’ 처분을 위반하더라도 과태료 처분에 그치던 것을, 징역 또는 벌금형으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울러 상습적이거나 흉기를 사용하는 등 중대한 가정파탄 사범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가해자에게 상담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해주는 제도를 가정폭력 정도가 심하고 재범 우려가 높은 경우에는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진 장관은 이번 대책의 핵심 중의 하나가 ‘피해자 자립지원’대책이라며 “당장 먹고살기 어려워서 신고도 못 하고 다시 고통스러운 상황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이런 상황들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피해자 보호책을 강화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또 “여성긴급전화(1366) 24시간 실시간 채팅 상담과 현장 상담과 무료법률지원 서비스를 강화하고, 쉼터에 함께 온 자녀들에 대한 심리치료나 교육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진 장관은 “내년 3~4개 지역에서 직업교육훈련 등 자립지원프로그램을 시범운영하고, 이주여성들을 위한 원스톱 전문상담소 5개소를 개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가정폭력 112 신고 건수는 2013년 약 16만 건, 하루 429건에서 지난해 약 27만9000건, 하루 765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가정폭력 상담소를 통한 상담도 2013년 약 12만 건에서 지난해 약 17만 건으로 증가 추세다. 재범률 역시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으로, 2016년 3.8%에서 2017년 6.2%, 올해는 10월 말 기준 9.0%를 기록했다. 지난 2016년 이뤄진 ‘가정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정폭력 사건 발생 시 경찰에 신고한 비율은 1.7%에 불과해 드러난 수치보다 현실은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다.

한편 이번 대책에 목적조항 개정, 반의사불벌죄 폐지 등의 내용이 빠졌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진 장관은 “차차 인식개선을 통해 자연스럽게 도달할 수 있는 목표라고 생각한다”며 “실태조사부터 분명히 하고 이번 대책들이 제대로 구현돼 가정폭력이 근절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가정폭력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을 받는 ‘가정보호 사건 제도’와 관련해 진 장관은 “보호처분 대상자에 대해 전담 보호관찰관을 두고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가해자 교정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제도적으로 보완할 부분들을 더 면밀하게 챙겨보겠다”고 답했다.

한편 청와대는 20만 명의 추천을 받은 청원에 대해서 답변을 하고 있다. 이번 답변으로 56개의 청원에 대해 답변을 완료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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