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의 2기 경제팀이 출범했다. 홍 부총리는 10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경제정책 수장으로서 그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가라앉은 경제활력부터 되살리는 것이 급선무다. 성장률은 추락하고, 분배는 최악이며, 고용은 참사 상태다. 소비와 투자는 부진을 면치 못하는데, 유일한 경제 버팀목인 수출까지 흔들리는 총체적 난국이다.
이미 실패한 것으로 판명되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과감한 전환이 최우선 과제다. 홍 부총리도 밝혔듯,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과 근로시간 단축제도의 보완이 급하다. 성과 없는 혁신성장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규제 혁파 또한 서둘러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소득주도 성장의 허상에 갇힌 새 경제팀이다. 산적한 난제들을 해결할 의지나 역량이 있는지 의문스럽다.
경제위기에 대한 현실 인식부터 전제돼야 한다. 그럼에도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마침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한국 경제 상황을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고, “문제의 심각성을 받아들이는 게 해결의 첫걸음”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는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대표적 진보경제학자이지만,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분석과 함께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장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은 대증요법에 그치고 체질 개선이 없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 비율이 6%인 미국과 달리 한국은 25%에 달하고 영세해 최저임금 인상을 흡수할 여력이 없는데, 정부가 경제구조도 모르면서 밀어붙였다는 비판이다. 또 “한국 경제의 문제는 재벌이 너무 가져가서도 아니고, 규제가 많아서 생긴 것도 아니다”라며, “20년간 투자를 안 하고 신기술 부족으로 주축산업이 붕괴해 중국에 다 잡혔다”고 진단했다. 일자리가 무너진 것도 그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정부가 삼성과 현대자동차 지배구조를 바꾸라지만, 해외 투기자본에 먹히면 기업이 쓰러지고 신산업을 키울 수 없다”면서, “한국 재벌이 진화해온 역사적 요인을 무시한 채 좌우 이념에 치우쳐 재벌을 적으로 삼아 잡아넣겠다는 식으로는 경제가 살아날 길이 없다”고 탄식했다. 정부와 재벌의 대타협을 통해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정부는 20∼30년 후 복지국가의 안전망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그의 논지다.
조목조목 어느 것 하나 틀린 게 없는 지적이다. 그런데도 이런 고언(苦言)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인 ‘J노믹스’ 설계자인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사퇴를 선언했을까 싶다. 김 부의장은 이전에도 몇 차례나 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며, 소득주도 성장에 매몰된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