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인도네시아 투자 확대를 밝힌 가운데 롯데쇼핑의 인도네시아 법인이 3년째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소매 시장의 침체가 원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인도네시아에 있는 롯데쇼핑의 종속기업으로는 롯데마트 인도네시아(PT. LOTTE MART INDONESIA)와 롯데쇼핑 인도네시아(PT. LOTTE SHOPPING INDONESIA) 등 총 네 곳이다. 자본금 투입이 가장 많은 곳은 991억5100만 원의 롯데마트 인도네시아로, 현지 소매점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이런 롯데마트 인도네시아가 최근 3년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3분기 기준 해당 법인의 자본총계는 -418억6525만 원으로 당기순손실 역시 118억 원에 달한다.
롯데마트는 2008년 11월 인도네시아 유통업체 마크로의 매장 19곳을 인수하면서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입했다. 이후 12월 현재 도매점 31곳, 소매점 17곳 등 총 48곳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도매점 실적은 롯데쇼핑 인도네시아에, 소매점 실적은 롯데마트 인도네시아에 귀속되고 있다.
진출 이후 줄곧 흑자전환을 하지 못하던 롯데마트 인도네시아는 2015년 20억 원이던 자본총계가 2016년 -143억 원이 되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어 지난해 -324억 원, 올 3분기엔 -419억 원으로 잠식 수준도 심해지고 있다. 당기순손실이 전년 동기 대비 44.6% 개선됐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 거리다.
인도네시아는 신 회장이 베트남과 더불어 눈독을 들이는 시장으로 꼽힌다. 7일에는 인도네시아 롯데케미칼 유화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투자 확대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앞서 10월엔 롯데자산개발이 업무시설과 쇼핑몰 등이 함께 들어서는 복합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고, 지난해엔 롯데그룹이 인도네시아 재계 2위 살림그룹과 이커머스 합작법인 ‘인도롯데’를 설립하고 쇼핑몰을 오픈하는 등 투자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
신 회장은 중국의 대안으로 인도네시아를 눈여겨 보고 있다.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실적 부진을 겪었던 롯데는 올해 들어 중국 롯데마트 화북법인 지분 95%를 우메이 그룹에 매각하고 화둥법인 매장 74곳을 리췬그룹에 매각하기로 결정하는 등 중국 철수 작업에 한창이다. 이로 인해 중국 롯데마트 운영을 책임지던 롯데쇼핑홀딩스 홍콩 역시 현재 완전자본 잠식 상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17일 “현재 인도네시아 법인은 도매법인과 소매법인으로 분리돼 있는데, 도매는 전통적으로 흑자를 내고 있다”면서도 “소매법인의 경우 3분기 들어 인도네시아 시장 자체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추후 인도네시아 내 소매점을 확장할 계획은 없으며 내년에는 적자 폭도 줄여 나가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