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훈 원샵 대표
건물주와 세입자 사이의 임대료 갈등이 폭행 사태로 이어졌다. 바로 떠오르는 사례가 ‘궁중족발 사건’이다.
대한민국의 상권이 황폐해지고 있다. 일부 지역은 건물주와 세입자 모두 공멸(共滅, 함께 멸망하다)하고 있다. 핵심 이슈는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지역 상권이 인기를 끌면 대규모 프랜차이즈 등의 자본이 유입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자본유입에 따른 임대료 상승으로 상권을 키운 원주민인 영세 상인들이 쫓겨 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한국은 2000년대 이후 번성해진 구도심의 상업공간을 중심으로 한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됐다. 대표적 지역이 △홍익대학교 앞 상권 △이태원 △경리단길 △경복궁 근처의 서촌 △상수동 등이다. 해당 지역은 당시 저렴한 임대료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지역마다 특색을 가진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나 공방, 갤러리 등이 성장동력이었다. 주로 입소문을 타고 유동인구가 늘면서 상권이 활성화됐다. 이후 대형 프랜차이즈 등 자본이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대규모 상업지구가 형성됐고 임대료가 치솟기 시작했다. 결국 기존의 소상공인들은 쫓겨나고 있다.
박성훈 원샵 대표이사는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를 퇴사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생계를 유지하던 공간을 잃어가는 지인을 보면서 처음 사업을 구상했다고 한다. 원샵의 핵심 역량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상가 임대료 가격 비교 플랫폼이다.
박성훈 대표는 “젠트리피케이션과 자영업자들의 문제가 과거엔 다른 세상의 일처럼 느껴졌다”며 “하지만 가까운 지인이 거듭 사업 실패를 하고, 우울증과 가정불화를 겪으면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왜’라는 물음을 주변 사람들과 자주 나누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눈을 떠보니 현재 ‘원샵’ 대표이사 직함 명함을 들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핵심은 돈이다. 건물주와 세입자의 입장 차가 돈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돈이 없으면 세입자는 좋은 상권에서 쫓겨난다. 건물주는 건물 매입 기회비용을 따지고 기대 이익률을 충족시키기 위해 더욱더 많은 월세를 세입자에게 요구한다. 당연한 경제 논리다. 박 대표는 이를 일반적인 사회 현상이지만 최근 모습에선 왜곡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지역사회나 국가 기관이 해야 할 일은 자영업자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집중하고 싶었던 것은 자영업자의 성공 가능성을 최적의 상태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영업의 성공 요인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상가 입지 △창업 아이템 △자영업자의 영업력이다. 특히 상가 입지는 자영업자에게 어려운 숙제다. 창업 아이템과 자영업자의 영업력은 자신의 역량과 공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상가 입지의 경우 외부 변수가 너무 많다.
물론 시대가 바뀌면서 예전과는 다르게 상권 분석에 대한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상권 분석에 관한 인지도, 인식은 상대적으로 낮다. 이러한 상황이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결과로 드러나고 있다.
박성훈 대표는 “최근 서촌이 뜨면서 해당 지역의 임대료가 폭등했다”며 “보증금 3000만 원이 1억 원으로, 월세 297만 원이 1200만 원으로 오르면서 ‘궁중족발 사건’이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또 “발생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시각 차이 때문”이라며 “이 시각차를 줄여주는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대인은 보통 건물 가격에 따라서 임대료를 측정한다. 유동인구 같은 자영업자(임차인)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 외에도 미래의 안전성 등과 같이 비계량적 요인들의 영향도 받는 만큼 생각보다 높은 임대료 책정이 일반적이다.
반경 300m 이내의 유동인구가 10만 명인 건물이 은평구와 강남구에 있었다고 가정하면 흔히 강남구 물건 가격이 높다. 강남 건물의 가격이 높은 만큼 상가의 임대료도 비싸다. 반면 임차인 입장에선 양쪽 모두 같이 영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동인구 10만 명이라면 은평구와 강남구의 임대료 차이가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는 “강남구의 소득 수준이 높아서 매출에 조금 더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이러한 것을 객관적으로 분석해주는 서비스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자영업은 강남, 명동, 홍대라고 무조건 성공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각자 본인의 상황에 맞는 상권, 같은 기대효과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해서 고정비용을 낮출 수 있는 곳으로 입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동인구 수, 연령대 등이 똑같은 혹은 유사한 곳들의 상가 임대료 비교가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상식적으로 건대역에 있는 A 점포의 유동인구가 10만 명이라고 한다면, 유동인구가 비슷한 노원역의 B 점포, 구로디지털단지역의 C 점포의 면적당 임대료를 비교해보면 된다. 여기에 전문적인 여러 조건을 대입하면 소상공인은 합리적인 임대료를 판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성훈 대표는
1982년생인 박성훈 대표이사는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생명, 우리투자증권, LIG투자증권에서 인턴생활을 거쳐 원샵 창업 이전 화이자에서 수년간 영업과 마케팅 분야에서 일했다. 올해 원샵 창업 3년째로, 내년 3월 상가 임대료 가격 비교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지만 사회적인 공헌도 함께 하고 싶다는 게 박 대표의 창업 동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