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1년 전 이 자리에서 세계경제를 되짚어보면서 제가 어떤 표현을 썼냐면 ‘싱크로나이즈드 글로벌 리커버리(synchronized global recovery)’ 즉 ‘글로벌 동반 회복’이라는 말을 썼었는데, 올해는 그 반대 개념인 ‘글로벌 다이버전스(global divergence)’ 소위 ‘글로벌 차별화’로 올 한 해 세계경제를 표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선진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확대되었지만 개도국의 성장세는 둔화되었습니다. 특히 기초경제여건이 취약한 신흥국에서는 그간 대거 유입된 글로벌 자금이 유출로 전환되면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미·중간 무역분쟁의 골은 더욱 깊어졌고 세계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졌습니다. 그 여파로 선진국에서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이러한 대외여건의 불확실성 증대로 올해 내내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불안 가능성에 대한 경계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국제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일 때마다 우리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습니다. 헤아려보니까 올해 총 11번, 한 달에 한 번 꼴로 비상점검체제를 가동했습니다. 이처럼 월례행사처럼 되다 보니까 ‘비상’이라고 하는 명칭이 좀 무색해졌다 하겠습니다. 10월 들어 국내 주가의 변동성이 확대되었습니다만, 다행히 시장 전반이 불안해지는 상황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우리경제의 대외건전성 그리고 충격흡수력이 양호한 그런 점에 크게 기인했다고 저는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올 한 해 국내경제는 제가 여러 번 설명드렸던 내용입니다만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잠재성장률 수준을 밑돌았지만 크게 벗어나지 않는 그런 성장세가 이어졌습니다. 그렇지만 체감경기와 기업의 투자 그리고 특히 고용사정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한편에서는 서울지역의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가계부채가 소득보다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금융불균형이 확대되는 모습을 나타내었습니다.
지난 11월 금리를 인상한 것은 무엇보다 기준금리가 낮은 수준에서 계속 유지될 경우에 금융불균형 확대로 우리경제의 취약성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었습니다. 물론 이는 우리 경제가 이번 금리인상의 영향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판단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금융불균형을 축소한다는 것은 그 성과가 당장 드러나지 않을뿐더러 계측하기도 쉽지 않고 또 우선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통상 인기가 없는 정책입니다. 하지만 경제가 안정적 성장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필요조건이라 하겠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통화정책은 긴 안목에서 우리 경제의 앞날을 내다보면서 결정해야 하고 또 그에 대한 평가도 이러한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올 한 해 기억에 남는 일로는 지난해 중국, 캐나다와의 통화스왑에 이어서 올 2월 스위스와의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한 것을 들 수 있겠습니다. 금년 들어서부터 대외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이러한 중층적인 외환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 우리경제의 대외지급능력이나 충격흡수력 보강 면에서 가지는 의미가 평상시와는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금년은 1인당 국민소득이 GNI 기준입니다만, 3만 달러를 넘는 최초의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고령사회’로의 진입이 확정된 해이기도 합니다. 지난 8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17년 11월 1일을 기준으로 65세 이상 고령자가 712만명, 총인구의 14.2%로 집계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고령자 비중이 2000년에 7%를 넘어 ‘고령화’로 진입한 후에 17년만에 14%를 넘어서 ‘고령사회’로 분류된 것인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입니다. 국민소득 3만 달러라는 성과를 이루어냈지만 동시에 고령사회에서 어떻게 경제활력을 유지해야 하는가 하는 과제를 안겨준 한 해이기도 합니다.
다음 우리 경제의 진로와 관련해서 가장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할 대외리스크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리 기자 여러분, 다 익히 아는 내용이 되겠습니다. 우선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입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FOMC 결과가 모레 새벽에 나오면 좀 더 명확해지겠습니다만, 많은 이들의 관심이 이번 회의의 결과보다는 그 이후의 속도조절 여부에 모여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그만큼 미 연준의 통화정책이 글로벌 금융시장이나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가 매우 크고 그 범위도 넓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금융시장 개방도와 실물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예의주시하면서 대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다른 대외리스크는 미·중 무역분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12월 초 양국이 90일간 추가 관세부과를 유예키로 하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기만 합니다. 초기에는 무역분쟁을 양국 간 경상수지 불균형 문제에 국한해서 바라보는 시각이 많았고, 따라서 장기화되기 보다는 어느 정도의 선에서 타협이 이루어질 것이다 하는 기대가 높았습니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의 기저에는 경제 외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면서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더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겠습니다. 어느 정치학자는 미·중 양국이 소위 투키디데스 트랩(Thucydides trap)에 빠져서 서로 원치 않는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평가를 한 책을 제가 본 바가 있습니다.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로서는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현재로서는 이들 두 가지 대외여건이 새해 들어 어떻게 변화할지 쉽게 예단할 수 없지만, 아무쪼록 우리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앞으로의 경제정책 운영에서 있어 역점을 두어야 할 곳은 어디이겠습니까? 무엇하나 중요하지 않은 과제가 없겠습니다만 우리경제의 향후 성장동력을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더 이상 대처를 미룰 수 없는 과제라 하겠습니다. 지난해 이후 반도체 호황이 우리경제를 이끌어 왔지만 앞으로 3∼4년 후, 한 5년 후를 내다보면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 세계 도처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진전과 함께 미래 경제를 선도할 첨단기술산업 육성을 위한 혁신과 경쟁이 기업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국가차원에서도 그야말로 숨 막힐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깥 세상에 비해 우리 내부의 변화는 아직 더디기만 합니다. 새로운 선도산업의 육성 필요성에 대해서는 다 같이 공감하면서도 이를 위한 규제완화와 투자확대는 당사자들의 이해상충, 기존 사고방식과 관행 등에 가로막혀서 그 성과가 미진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는 사이 저출산-고령화나 부문간 불균형 같은 구조적 문제가 점점 우리의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마침 어제 정부가 발표한 ‘내년 경제정책방향’에도 이러한 문제의식과 대응방안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몇 년 후 우리경제가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고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새로운 각오로 미래 성장동력이나 선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함께 힘을 모아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각 경제주체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운다면 장기적으로 그 이익도 지켜낼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연말에 여러 일정이 많으실 텐데 이 자리에 함께 해 주셔서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올 한 해를 보내는 소회와 함께 새해를 맞는 덕담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 잘 마무리 하시고 다가오는 기해년(己亥年)에 더욱 건승하시고 댁내 다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총재님께서 조금 전에 말씀하셨듯이 올해 불확실성이 많이 커서 정책하실 때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문제는 불확실성이 내년에 줄어들기보다는 좀 더 커질 거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취지에서 정부에서도 최근에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6∼2.7% 범위로 제시를 했는데요. 한은이 최근에 전망하신 성장률 전망치보다 하회할 가능성도 열어둔 것 같습니다. 그래서 1월에 다시 경제전망을 하실 때 10월에 내주셨던 2.7%를 유지하거나 아니면 상향 또는 하향조정할 가능성 중에서 어디에 좀 더 무게를 두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 제가 조금 전에 모두발언에서 얘기했듯이 내년도에도 거시경제 흐름이 올해에 비해서 크게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성장경로에 여러 가지 리스크가 잠재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시 반복을 하면 미·중 무역분쟁의 전개양상이 한층 불확실한 상황이고, 또 미국 경제가 꺾이면서 글로벌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고 하는 우려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분명히 우리 국내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하리라고 봅니다. 또 한편으로 보면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서 투자활력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대책들을 내놓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것은 국내수요를 뒷받침하는 그런 요인으로 작용할 것 입니다. 지금 지난번 저희들이 본 2.7% 전망치가 어느 쪽으로 갈 것 같다고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현재로서는 대체로 그런 리스크가, 균형이라고 할까요? 정부의 정책의지도 워낙 강하기 때문에 그런 점을 감안하면 지금 10월 전망에서 아직 크게 바뀐 것은 없습니다. 어떻든 저희들이 한 달 정도 데이터를 더 보고 그때 저희들의 견해를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 아까 말씀하셨을 때 내년 글로벌 경기둔화 말씀하셨는데요. 정부 성장전망이나 이런 것을 보니까 정부성장률 같은 경우는 잠재성장률을 밑돈다는 평가가 있고 실제로 물가 같은 경우도 한국은행의 안정목표를 하회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내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목표를 성장지원 쪽에 둬야 되는 건지 아니면 금융불균형에 여전히 초점을 맞춰야 되는 건지, 이것에 대해서 총재님의 견해를 좀 부탁드립니다.
- 지금 성장에 대한 현재로서의 전망은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렸고, 물가상승률은 내년 전체로 보면 저희들이 목표로 하는 2% 수준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그래도 1%대 중후반의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생각을 합니다. 반면 금융안정 쪽을 보면 가계부채의 증가율이 좀 낮아지기는 했지만 워낙 높은 수준에서의 증가율 하락이라는 점을 감안하셔야 될 겁니다. 그리고 여전히 아직도 소득증가를 웃도는 증가세는 저희들이 대외 쇼크(shock)가 발생했을 때 충격흡수력, 복원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이 또한 경계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하겠습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 향후 통화정책은 거시경제냐 아니면 금융안정이냐 하는 쪽의 어느 한 측면에 미리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양쪽의 소위 리스크라고 할까요?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상황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를 같이 살펴보면서 결정할 수밖에 없다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 저는 최저임금 관련해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정부가 최근에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우려해서 속도조절에 나선 모습인데요. 얼마 전에 경제연구원에서 보고서를 냈긴 했는데 올해 영향은 좀 알 수 없다, 이렇게 조금 불분명하게 나온 것을 봤습니다. 두 자릿수 올린 지 이제 1년 정도 됐는데 지금 시점에서 최저임금의 두 자릿수 인상이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어떻게 파악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 저도 경제연구원의 연구자료를 보고받고 얘기도 같이 했었습니다. 지금 기자님의 질문을 포함해서 많은 분들이 이번에 두 자릿수 올린 것의 영향이 어느 정도냐고 하는 계량화된 분석결과를 대개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상 계량화된 수치를 내놓으려고 하면 그 분석에 필요한 실제 데이터가 있어야 됩니다. 다시 말해서 금년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는지 알려면 금년의 모든 고용통계 데이터가 나와야 가능합니다. 그런데 그게 나오지 않게 되면 사실상 숫자로 뭘 제시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하겠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고용부진에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의 업황 부진, 또 일부 산업의 구조조정 같은 것이 같이 섞여있기 때문에 최저임금만을 발라내서 수치로 얼마다 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라고요.
단지 금년에 16% 올랐고 내년에 다시 10.9% 예상되어 있습니다. 분명히 두 회 연속 두 자릿수 인상은 그것이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 입니다. 그렇지만 정부가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고, 또 무엇보다도 내년에는 기업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최저임금인상에 따른 고용의 부정적 효과를 정부의 강력한 정책의지로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 올해 송년회에서 다사다난이라는 표현을 쓰셨는데요. 그만큼 올해 통화정책 여건과 대내외 여건이 다 녹록치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특히 올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통위에서 가장 어려웠던 금통위가 언제인지 그것에 대해서 한 말씀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한두 해 됐나요? 어떤 분이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금리를 계속 동결을 하니까 동결도 하면서 무슨 월급을 받고 그러느냐고. (웃음)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기를 동결도 하나의 결정입니다. 인상하거나 인하하거나 동결하거나 똑같은 고민과 똑같은 노력을 기울여서 이끌어낸 결정이지, 동결이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하는 그런 것으로 해석하지 말아달라, 그런데 그런 시각이 있더라고요. 조정도 안 하면서 금통위는 상근이나 하고 그렇게 하느냐는 얘기를 들어서 지금 얼핏 그 생각이 나서 제가 그냥 여담으로 드렸고, 사실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통위 회의는 어느 것 하나 무게가 가벼운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처음에 총재로 왔을 때는 금통위를 매달, 1년에 12번 했었습니다. 12번이 매달 똑같은 강도로 힘들기 때문에 저희들이 소위 선진국의 룰(rule)이라고 할까요? 그것을 따르고, 또 월별지표에 함몰돼서 경제를 보지 말자고 하는 시각에 12번을 8번으로 줄였습니다. 그랬더니 월급을 3분의 2로 깎아야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그때 또 나왔습니다. (웃음) 올해 있었던 8번의 회의가 저는 굳이 비교하면 다른 해보다 좀 더 어려웠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 이유는 한국은행의 맨데이트(mandate)는 두 가지 아닙니까? 거시경제의 안정과 금융안정의 두 가지 맨데이트를 갖고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는 이 두 가지 책무를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거시경제의 리스크가 높아졌고 거기다 금융안정의 리스크도 같이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이 두 가지 맨데이트가 서로 상충되는 방향으로 움직임에 따라서 통화정책의 방향을 정하기가 무척 어려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까 질문이 언제 제일 어려웠냐고 물으셨기 때문에 어렵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리고 실제로 어떤 회의는 쉬웠습니다라고 얘기하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실제로 다 어려웠고요. (웃음) 그래서 매년 저희들이 하나하나 아까 말씀드린대로 같은 노력과 같은 고민을 기울이고 있다, 매 회의 때마다 말이지요. 그렇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새로운 성장동력에 대한 제언 부분 잘 들었는데요. 많은 고민을 하신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표현 중에 이기(利己)를 앞세우면 이익도 못 지킨다는 좀 강한 말씀을 하셨는데 지금 안 그래도 각종 규제계약 등 관련해서 기득권들의 저항도 크고 그래서 혁신도 잘 안되고 이런 부분이 있는데, 좀 구체적으로 깊이 고민해 보신 특정한 분야가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 사실상 특정부문을 얘기하면, 또 제가 막상 그 부문을 들어가 보면 나름대로의 애로가 있을 겁니다. 정부의 여러 가지 결정, 최근 들어서는 카카오택시던가요? 카풀제라든가 여러 가지가 있었을 텐데, 그 결정을 보면서 정말 결정이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을 거고. 그래서 제가 어떤 특정 부문을 꼭 집어서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은 아니고 그야말로 어떻게 보면 원칙적인 입장을 개진했다고 해야 할까요? 지금 이것은 우리나라만 비단 있는 게 아닙니다. 프랑스 같은 선진국에서조차도 그렇거든요. 그만큼 나라 전체 경제를 위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 하더라도 그것이 국민들에게 수용되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과정을 거치도록 차근차근 점진적으로는 그런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야되지 않느냐는 그런 바람에서 말씀드린 것이고, 어떤 특정 부문을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것을 담당하는 정책당국자 입장이었다면 저도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거다 하는 생각을 충분히 이해를 합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한걸음씩 한걸음씩 차근차근히 나가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렇게 해서 제가 말씀을 드린 겁니다.
이것도 여담입니다만 제가 4월에 소위 실리콘밸리, 구글에 다녀온 적이 있었고, 11월에는 한·중·일 중앙은행 회의차 중국에 가서 중국판 실리콘밸리라고 하는 데가 있습니다. 중관춘이라고 아마 여러분도 가 보셨을 겁니다. 가서 설명을 쭉 듣고 ‘중국제조 2025’가 어떤 내용인지도 얘기를 듣고, 그것을 보면서 우리도 이러고 있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그런 것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얘기 들어보니까 한국사람이 엄청나게 많이 다녀갔다고 그래요. 중국판 실리콘밸리도 다녀가고 중국제조 2025 다녀와서 조사도 하고, 다녀간 그 많은 사람들이 아마 똑같은 생각을 했을 거고, 어떻든 그런 것이 앞으로 우리가 그런 방향으로, 소위 새로운 국제흐름에 뒤쳐지지 않도록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힘을 보태야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 원래 드리려고 했던 질문은 앞서 기자가 했던 말씀입니다. 모두말씀에서 들었던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 경제주체들이 자기 이익만을 내세우면 장기적으로는 그것을 다 빼앗길 것이다, 이게 제가 듣기로는 경제주체들의 대승적인 타협이나 조율 이런 게 필요한 국가적인 상황이다라는 중앙은행 총재로서의 진단이 있었기에 이런 말씀을 하신 것으로 이해를 했고, 그에 따라서 구체적인 어떤 것을 말씀하신거냐 여쭈려고 했는데, 경험적으로 총재님이 구체적인 답변을 절대 안 하실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질문을 하면서 어느 한 경제주체만 얘기하면 좀 부담스러우니까 경제주체를 둘러가면서 하나씩만이라도 좀, 이렇게 얘기하면 좀 부담이 덜하지 않을까 싶어서 이 말씀까지 포함된 질문을 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총재님이 해주실 말씀이 있으시면 좀 더 해주시면 좋겠고, 그래도 없다면 그냥 이걸로 갈음해도 좋겠습니다.
- 경제주체는 개인, 근로자, 기업, 마찬가지지요. 정부도 예외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 아니냐, 이렇게 지적하실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제 그런 우려는 지금까지 성장을 이끌어왔던 업종이 상당수 어려움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 제가 드리는 말씀입니다. 물론 반도체가 우리의 성장세를 지탱하고 있지만 이것도 얼마만큼 지속될지 다 자신할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럴 경우에 만약에 반도체 경기가 급락을 하고 또 일부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종에서 치고 나가지 못하면 우리가 어떻게 될까 하는 그런 생각에 제가 그런 말씀을 드린 겁니다. 기자님 말씀하신대로 공자님 같은 얘기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떻든 간에 대승적 차원에서 앞으로 우리 경제의 장래를 내다보는 그런 성찰의 기회는 누구나 다 가져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까 제가 모두발언에서 고령화 말씀을 드리지 않았습니까? 고령화 자료를 분석하고 보면 볼수록 상당히 두려울 정도로 우리의 지금 현재 고령화 속도와 저출산이 너무 빠릅니다. 그런 추세를 그래도, 사실상 장기적인 과제, 어떻게 보면 그래도 진짜 이 시점에서 잃을 수 없는 것은 어떻든 빨리 우리 성장을 끌고 갈, 다시 말해서 세계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을 그런 산업을 빨리 키워야 우리의 장기적인 성장세를 유지해 갈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그야말로 원론적인 얘기를 말씀드렸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우리 기자님이 해석도, 결론도 잘 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