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군대에서 전역한 후 편의점 야간 캐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당시 사장님은 식대를 지급하는 대신 3000원의 범위에서 편의점 음식을 골라 야식을 먹게 해줬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소 야박하게 책정된 금액이기도 한데, “배고프면 폐기만 주워 먹어라”라고 안 한 것만 해도 넉넉한 인심이었다고 기억하고 싶다.
대개는 삼각김밥 하나와 컵라면 하나, 인기 없는 음료수 한 캔 정도면 3000원이 얼추 맞았다. 하지만,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고 했던가. 야식 먹을 때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들곤 했다.
‘아니, 미니스톱 알바하는 내 친구 누구는 팔다 남은 치킨도 먹고 그러던데…’
그땐 GS25에서 치킨을 안 팔았다. 요즘의 편의점 시장이 제아무리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편의점마다 판매하는 식품의 종류와 질, 스타일이 여전히 각자의 특색을 띠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푸념이었다.
그래서 준비했다. 국내 3대 편의점 프랜차이즈 △CU △GS25 △세븐일레븐의 주력 간편식품의 모습과 특색을 사진으로 비교해 봤다. 그중에서도 편의점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4개의 간편식. △삼각김밥 △샌드위치 △김밥 △햄버거를 들여다 봤다.
실험에 앞서. 비교는 PB상품(유통 편의점의 자체 브랜드를 붙인 상품)으로 내놓거나, 해당 편의점에서만 독점 납품해 판매하는 상품만을 대상으로 삼았다. 나름대로 상품들의 맛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정량평가를 할 수 없는 맛의 질은 평가에서 제외했다.
기사에서는 사진을 놓고 시각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만을 지적하기로 했다. 기자의 주관이 담긴 평은 최대한 배제했다. 이 역시 되도록 독자가 직접 보시고 판단하시길 바란다.
◇파트1. 삼각김밥은 다 똑같다고? 누가 그런 소릴…
“아무리 그래도 삼각김밥까지 차이가 날까요?”
“그래 뭐, 삼각김밥 정도는 비슷하겠지?”
실험 전 기자와 부장이 나눴던 대화다. 삼각김밥을 잘라본 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안일함을 반성했다.
3대 편의점의 삼각김밥은 육안으로도 식별될 만한 차이가 있었다. 비교는 삼각김밥의 기본이자 정석인 '참치마요 맛'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먼저 CU의 참치마요 삼각김밥 속은 이렇다 할 특징 없는 평범한 모습이었다. 열기 전에도 ‘삼각김밥이란 왠지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라고 상상했던(중앙에 참치가 모여있고 그 바깥을 밥, 김의 순서로 세모나게 감싼 형태), 바로 그 모습이었다.
GS25의 참치마요 삼각김밥은 특기할 만한 점이 있다. 이 상품은 ‘삼각으로 만든 김밥 가운데 참치를 넣은 모습’이라기 보다는 ‘참치와 마요네즈와 밥을 비벼서 만든 주먹밥을 세모로 만든 뒤 김으로 감싼 모습’에 가깝다. 어떻게 계량할 방법이 없어 수치로 말하긴 어렵지만, 참치의 양도 3사 중 가장 많아 보였다.
아쉬운 점도 있다. 사진에서 삼각김밥의 형태가 망가진 것은 결코 기자가 칼질을 못한 탓만이 아니다. (다른 건 잘 잘랐다) 아무리 성심성의껏 자르려 해도, ‘참치와 밥이 뒤섞인’ 구조 탓인지 밥알이 부서져 삼각형의 모습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먹을 때는 자를 때보다 비교적 덜 문제가 되겠지만, 아무튼 다른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잘 부서졌다.
세븐일레븐의 참치마요 삼각김밥은 ‘밥의 한쪽 면에 참치를 바른 뒤 김으로 덮은’ 상품이었다. 참치 함량은 다른 제품에 비해 달라 보이진 않았지만, 편중된 참치는 씹을 때 식감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은 취향에 따라 호평하는 이도, 혹평하는 이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파트2. 정직한 샌드위치란 무엇인가
샌드위치는 편의점 3사의 '햄이 들어간' 샌드위치 중, 가장 기본적인 샌드위치에 가까운 상품들을 선택했다. CU에서는 ‘The 부드러운 베이컨에그샌드위치’, GS25에서는 ‘듬뿍햄&감자샐러드샌드’, 세븐일레븐에서는 ‘맛있는 햄치즈에그샌드’를 선택했다.
내용물 중에서도 햄의 함량을 가장 중요한 척도로 평가했다. 샌드위치에서 가장 비싼 내용물이기 때문이다.
앞서 기자의 개인적인 평은 극도로 자제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단 한 번만 이 원칙을 깨고 싶다. 어디까지나 사견이지만, CU의 샌드위치는 아무리 봐도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CU 샌드위치의 단면에서 보이는 햄이, 빵 끝까지 쭉 이어져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저렇게 앞면에만 빼곡히 박아두고 뒤는 단 한 장으로 텅 비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도 많지 않을 것이다. 좀 심하게 말하면 예전에 유행하던 ‘대륙 시리즈’의 ‘대륙의 샌드위치’를 보는 듯한 착잡한 마음이 든다.
GS의 샌드위치도 샌드위치 한쪽 단면에 햄으로 다소 과한 뻥튀기를 해놓은 것이 사실이다. 다만 뒤쪽에도 ‘과한 햄’의 두께가 어느 정도는 이어진다는 점, 샌드위치라는 상품의 구조상 애당초 저 햄의 두께가 뒤쪽까지 이어져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는 어렵다는 점, 나머지 한쪽에는 저런 과장을 해두지 않았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비교적 참작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세븐일레븐의 샌드위치는 정확히 단면에서 보이는 정도만의 햄 두께가 빵끝까지 이어져 있어서, 어떤 과장도 존재하지 않았다.(양상추는 햄을 보기 위해 일부러 뗐다) 햄이 많고 적고를 떠나 정직한 샌드위치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파트3. 김밥은 대동소이…재료만 조금씩 달라
김밥은 가장 무난하고 선호가 높은 참치김밥들을 비교했다. CU와 세븐일레븐에서는 참치김밥과 불고기김밥이 반반씩 있는 김밥의 참치김밥 부분을, GS25에서는 순수한 참치김밥 상품을 선정했다.
편의점 김밥들은 맛도 그렇고, 모양도 그렇고, ‘이거야말로 상향평준화인가?’라는 생각이 들 만큼 비슷한 퀄리티의 상품이었다. 가격은 조금 차이 났지만, 가성비가 남다르다고 할 만한 상품은 없었다.
다만 김밥안에 든 내용물이 아주 조금씩 달랐다. 기자처럼 김밥에 '오이가 들었냐, 안 들었냐' 같은 것이 무지막지하게 중요한 사람들(역주: 오이를 못 먹는다)이 꼭 있기 때문에, 이런저런 내용물의 차이를 간단히 표로 정리해 봤다. 드실 때 참고하면 좋겠다.
◇번외. “햄버거는 비교 불가…직접 판단해 주시길”
마지막은 햄버거인데, 다 같이 ‘불고기 버거’라는 기본 상품이 있으면 참 좋을 것을, 그렇지가 못한 바람에 그나마 가장 기본에 가까운 상품들을 골랐다.
CU에서는 ‘IT'S BIG! 치즈불고기 버거’, GS25에서는 ‘트리플 치즈더블버거’, 세븐일레븐에서는 ‘더커진더블 빅불고기버거’다.
내용물도 맛도 모양도 천차만별이라 뭐라 평하기가 굉장히 곤란하다. 직접 보시고 판단하길 바란다. 다만 GS25의 햄버거는 사진에서의 비율과 유사하게 ‘좁고 높은’ 버거라는 것에 유의해 주시길 바란다.
다시 말하자면, 이번 쪼잔한 실험실은 무게나 비율 등의 수치적 평가를 하지 않았다. 대신 사진으로 각사의 제품을 비교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눈으로 보면 바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을 굳이 숫자를 써서 비교할 필요는 없는 법이다.
그동안 삼각김밥이나 샌드위치를 살 때는 가까운 편의점에 들어가 별생각 없이 맘에 드는 것을 골라왔을 것이다. 하지만, 고만고만 다 똑같으리라 생각했던 제품들도 한꺼풀 헤쳐보니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내일 아침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산다면 어떤 것을 선택할까. 이번 실험실이 조금이나마 도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