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제유가는 11% 하락했다. 경기 둔화 우려와 증시 하락이 유가 급락에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안보다 더 많은 양을 감축할 것이라는 소식에도 유가는 지지를 받지 못했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0.29달러(0.6%) 하락한 45.5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한 주간 11.4% 내렸다.
런던 ICE 선물 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배럴당 0.53달러(1%) 내린 53.82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한 주 동안 10.7% 하락했다.
OPEC은 최근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이를 끌어올리려는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이달 초 정례회담에서 OPEC과 러시아 등이 일간 120만 배럴을 감산하고 결정했으며 21일에는 국가별로 구체적인 감산 쿼터를 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우디는 예상보다 큰 규모인 일간 32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했다. 주말 사이 OPEC은 1분기 원유 공급 과잉이 해소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투자심리 위축이 유가를 끌어내렸다. 전유진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OPEC 산유국의 감산 합의에도 불구하고 유가는 오히려 더 약세를 보이는 상황”이라면서 “이는 미국 생산량 증가와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에 따른 석유 제품 수요 위축 전망이 확산하며 내년부터 시행될 감산 효과의 희석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최근 유가 급락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도 “미국 정부의 셧다운 소식이 전해지고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정책국장이 90일 이내 중국과의 무역합의가 어려울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고 풀이했다.
다만 유가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이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46달러 선까지 하락한 WTI 가격은 과도한 하락에 해당한다”면서 “최근 증시 하락과 경기 둔화 우려가 복합적으로 유가 하락에 작용하고 있으나 대략 50달러 내외인 미국 셰일업체의 원유 생산 손익분기점을 생각한다면 추가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시장 심리가 매우 악화되어있는 만큼 유가의 단기 반등보다는 현 가격대에서 당분간 머물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번 주 WTI 가격을 45~50달러로 전망했다. 이어 “미국증시의 안정 및 회복 여부, 미국의 원유재고 동향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연구원도 “40달러대로 내려온 현 유가 수준에서는 산유국들이 유가 하단을 지지하기 위해 감산 이행에 더욱 적극적인 태도로 임할 것이고 미국의 생산 증가도 더뎌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1월부터 산유국의 공급이 조절되면서 유가가 50달러대에 안착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