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총파업 절차에 들어갔다. 국민은 노조는 26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총파업결의대회를 열고 오늘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가결되면 내년 초 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노사 양측이 맞선 성과급 지급률과 임금피크제 등에 대한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가 24일 최종 결렬된 데 따른 것이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2000년 국민·주택은행 합병 때 이후 19년 만이다.
노조는 성과급 300% 지급, 임금피크제 진입 1년 연장, 신입행원 페이밴드(직급 승진을 못할 경우 임금 인상 제한) 폐지, 피복비 연간 100만 원 지급, 점심시간 1시간 보장 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임금 또한 산별교섭 합의 수준인 2.6%를 넘어 저임금 직군은 5.2%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측은 핵심 쟁점인 성과급의 경우 올해 경영목표 미달로 300% 수용이 어렵고, 지급기준도 자기자본이익률(ROE) 연동방식으로 개편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과급 협상이 막히면서 다른 사안들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 노조의 요구와 파업 위협은 한마디로 귀족노조의 지나친 제 밥그릇 챙기기가 아닐 수 없다. 금융산업 임금은 다른 업종에 비해 훨씬 높은데, 특히 국민은행의 임금은 은행권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이 은행 남성 직원의 올해 평균연봉은 1억2100만 원(근속연수 17년), 여성 7300만 원(13년)으로, 전체 평균 9100만 원 이상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은행들이 해마다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최고 영업실적이라는 게 예금금리는 묶고 대출금리만 올리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이자장사’로 벌어들인 돈이다. 이 같은 예대(預貸)마진 높이기로 은행들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이자 수익을 올렸다. 금리인상 국면에서 영세 기업들과 서민들은 빚 부담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데, 이들이 낸 이자로 은행 노조 자신들만 거액의 성과급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부 경영 혁신은 노조의 저항에 막혀 무엇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마당에 노조는 돈을 더 달라며 파업으로 위협하고 있다. 최소한의 경영합리화를 위한 임금피크제, 성과에 따라 연봉을 차등화하는 페이밴드는 거부하면서 유니폼 제도를 없앴으니 대신 피복비를 추가 지급해야 하고, 고객 불편은 아랑곳없이 점심시간에 무조건 PC를 끄겠다고 한다. 자신들 기득권만 최대한 챙겨 배 불리겠다는 ‘귀족노조’의 탐욕적 행태다.
지금 어느 때보다 금융의 사회적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1억 연봉’ 국민은 노조의 파업은 어떤 명분도 없고 국민 어느 누구도 공감하기 어렵다. 다른 금융권에 미치는 부정적 파장 또한 클 수밖에 없다. 파업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