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국민, 전기료 인상·대정전 사태에 원전 복귀 선택…EU, 탄소 감축 목표 달성하려면 원전 비중 25% 돼야
대만 국민이 지난해 11월 국민투표를 통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했다. 2025년까지 모든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하도록 한 전기사업법 조문 폐지에 찬성표가 59.49%에 이른 것이다.
대만인들은 2016년 대선에서 탈원전 공약을 내건 차이잉원을 선택했으나 2년 반 만에 제동을 건 것이다. 전기요금이 계속 올라가고 2017년 8월 화력발전소 사고로 전체 가구의 절반에 달하는 668만 가구에 대한 전력 공급이 끊기는 초유의 ‘대정전’ 사태가 일어나자 다시 원전으로 복귀한 것이다.
대만에 있는 3개의 원자로는 2017년 전체 전력공급의 8.3%를 차지했다. 차이잉원 정부는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높여 원자력을 대체한다는 목표를 내세웠으나 국민은 이런 공허한 말에 등을 돌렸다.
대만 국립칭화대학의 리민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대만은 인구 밀도가 높은 섬이고 재생 가능 에너지를 위해서는 넓은 토지가 필요하다”며 “또 남은 전력공급은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석탄은 환경오염을 매우 크게 유발하는 연료다.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하려면 선박과 LNG터미널, LNG를 저장하기 위한 대형 탱크 등이 필요하다. 이는 안전하지 않다. 또 LNG 가격은 변동이 심해서 전기료도 요동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탈원전 정책을 폐기한 대만처럼 많은 국가가 다시 원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영국은 신규 원전 13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원전 의존율이 70%를 넘는 프랑스는 2017년 전체 전력원에서 원전 비중을 50%로 낮춘다는 계획 달성 시기를 종전의 2025년에서 5~10년 늦췄다.
프랑스 아레바의 제3세대 원전 기술인 ‘유럽가압수형원자로(EPR)’를 도입한 중국광핵집단의 타이산 원전 1호기는 지난달 13일 상업적 운전을 개시했다.
현실적으로 원전만큼 저렴하고 안정적 에너지원을 찾기란 쉽지 않다. 당장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려 해도 원전이 없다면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석탄화력발전을 중단할 수 없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2050년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수준 대비 80~95% 감축한다는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유럽원자력산업회의(FORATOM)는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EC의 목표가 달성되려면 유럽연합(EU)의 전체 에너지 구성원에서 원자력 비중이 최소 4분의 1은 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원전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력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마어마하다. 28개 EU 회원국 중 14곳이 총 128개의 원자로를 가동해 119기가와트(Giga Watt electric·GWe)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EU 전체 전력 생산의 25%가 넘는 비중이다. 또 원자력은 EU의 무(無)탄소 배출 전력원의 53%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