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클링 브랜드·리사이클링 제품 등 기업도 새 먹거리 인식
#일곱 살, 네 살 두 아이를 키우는 A 씨.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두 아이를 위해 가능한 한 친환경 제품으로만 산다.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내 아이가 먹을 것이기에 사과 하나를 살 때도 유기농이나 무농약 인증마크를 확인한다. 혹자는 친환경 상품이 기업의 마케팅과 상술에 불과하다며 “유별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현재 소비 패턴을 유지할 계획이다.
#여대생 B 씨는 생리대 대신 생리컵을 사용한다.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은 B 씨는 일회용 생리대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생리컵 사용을 결정했다. 화학제품을 사용하는 것보다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에코 컨슈머의 성장이 기업에 새로운 압박이 되고 있다. 이들은 제품 성분뿐만 아니라 생산·유통 과정까지 꼼꼼히 따지며 기업의 친환경 비즈니스를 촉구하고 있다. 물론 기업의 친환경 비즈니스가 소비자의 요구 때문에 이뤄지는 것만은 아니다. 기업도 친환경 비즈니스를 새로운 먹거리로 인식하고 있다.
◇“나를 위해, 환경을 위해”…친환경 비즈니스는 선택 아닌 필수=지난해 발표된 ‘국내외 친환경 농산물 시장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친환경 농산물 시장 규모는 2017년 1조3068억 원에서 2025년 2조1360억 원으로 약 60% 늘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친환경’을 윤리적·도덕적 가치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보던 소비자들이 ‘친환경’을 개인의 건강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로 인식하면서 소비 형태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친환경을 너머 ‘필(必)환경’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동안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가 ‘이왕이면 좋은 것’ 혹은 자신의 개념을 드러내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살아남기 위해서 반드시 선택할 때가 됐다는 의미다.
소비자의 변화에 기업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제 기업은 친환경 비즈니스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간 다양한 사업군에서 친환경 브랜드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기업이 변한다…매출 확대 등의 효과도=기업 입장에서도 친환경 비즈니스는 새로운 시장이다.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광고로도 많이 알려진 파타고니아는 환경 보호에 기업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경영 이념에 따라 기업뿐 아니라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역시 환경 보호 가치를 공유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환경운동을 하기 위해 비즈니스 기업이라고 스스로를 설명하지만 파타고니아는 미국 아웃도어브랜드 2위로 급성장하며 친환경 비즈니스의 가장 성공적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외국 기업뿐만 아니다. 국내 기업들도 환경에 관심을 보이며 친환경 비즈니스에 나서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래코드’도 대표적 친환경 브랜드다. 소각 예정인 재고들을 해체한 뒤 원단을 재조합해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Upcycling·재활용품으로 새 제품을 만드는 것) 브랜드인 래코드는 론칭 7년 만에 매출액이 약 4배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4월 출시한 토트백은 기존보다 물량을 10배 늘렸는데도 완판(매진)됐다.
블랙야크의 친환경 패션 브랜드 ‘나우(nau)’는 세계 최초로 100% ‘리사이클 다운’ 제품을 선보였다.
나우의 리사이클 다운은 침구류에서 모은 깃털과 솜털을 재가공한 충전재를 사용하는 친환경 패딩이다. 코튼 또한 친환경 기관 인증을 받은 BCI(Better Cotton Initiative) 소재만을 사용한다. 이 제품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2배 신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