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세계은행 총재, 임기 3년여 남겨두고 돌연 사임

입력 2019-01-0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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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 WB 중국 대출에 강한 불만…내부적으로도 구조조정 반발 부딪혀

▲김용 세계은행(WB) 총재가 2017년 9월 12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발언 도중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김 총재는 7일 다음 달 1일자로 사퇴한다고 밝혔다. 베이징/AP연합뉴스
김용 세계은행(WB) 총재가 임기를 3년 넘게 남겨두고 돌연 사임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김 총재는 이날 “개발도상국에 대한 인프라 투자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민간기업에 합류한다”며 “2월 1일자로 사퇴한다”고 밝혔다. 다만 김 총재는 구체적으로 어떤 민간기업에 가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WB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민간부문에 합류할 기회가 예기치 않게 왔다”며 “기후변화 등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와 신흥시장에서의 인프라 부족에 대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가난한 사람들의 열망은 물론 기후변화와 전염병, 기근과 난민 등의 문제가 규모와 복잡성 모두에서 계속 커지고 있어서 WB의 작업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총재로서 이런 모든 도전의 한가운데 서서 WB를 도운 것은 커다란 특권이었다”고 술회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WB 최고경영자(CEO)가 임시로 총재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년 넘게 임기가 남았던 김용 총재가 갑자기 사임하면서 세계 최고 다자경제기관 중 하나인 WB가 리더십을 놓고 혼란과 불확실성에 놓이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용 총재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시절인 2012년 처음으로 총재에 올랐으며 2016년 가을 연임이 결정돼 2기 임기는 2017년 7월부터 2022년까지 5년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더불어 양대 국제금융기구인 WB는 정식적인 총재 선출 규정이 없지만 미국인이 총재를 맡는 것이 관례였다.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이 국제다자기구에 강한 회의심을 갖고 있어 새 총재를 뽑는 과정에서 미국인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총재가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것이라고 FT는 내다봤다.

여전히 CNBC는 미국이 WB 의결권에서 지배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총재 후임 선정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총재의 갑작스런 사임 배경으로는 트럼프 정부와의 불화가 꼽히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WB 지분의 약 16%를 보유하고 있으나 스티븐 므누신 현 재무장관 밑에서 때때로 WB와 대립 관계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재무부는 WB가 중국에 너무 많은 돈을 관대한 조건으로 빌려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4월 130억 달러(약 14조5300억 원) 규모의 WB 증자에 합의했다. 그러면서도 대중국 대출의 대폭적인 축소를 요구했다. 김 총재는 중국 출자 비율을 높이는 한편 대중국 대출 프로젝트를 축소하는 규정 개선을 약속해 간신히 증자를 확보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WB 입장에서는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면 중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지만 트럼프 정부는 WB 자체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해 분열이 깊어졌다며 이에 김 총재가 사임하게 됐다고 해석했다.

한편 김 총재는 내부적으로도 구조조정 반발에 부딪혔다. 긴축 재정과 감원 등에 직원들이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 WB 직원들은 지난 2016년 리더십이 위기에 처했다는 성명을 이례적으로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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